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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May 09. 2023

병꽃나무 꽃이 피었네요 / 병꽃나무 전설

가야의 꽃이야기 


재익 언니

언니가 떠난 지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오늘 언니가 가꾸던 화단 앞을 지나는데 언니가 아끼던 병꽃나무 꽃이 활짝 피어 저를 반겨주더군요. 마치 언니가 살아있을 때처럼 말입니다.

왈칵 그리움이 밀려와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움으로 어지러워진 마음을 추스르고 감았던 눈을 뜨고 활짝 핀 병꽃나무를 바라보니 꽃송이마다 언니의 얼굴이 가득가득 담겨있어 나는 언니를 보듯 오래도록 그 병꽃나무 앞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 겨울 자전거를 타고 가다 쓰러져 하늘의 꽃이 되신 언니, 언니가 떠난 그날 푸슬푸슬 흰 눈이 내렸고, 장례식장에도 가보지 못한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 종일 쏟아지는 눈물을 안으로 삼켜야만 했습니다.


아파트 화단에서 꽃을 키운다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아름다운 일인지, 나는 언니를 통해 배우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 화단에 나는 토종 우리 꽃만 심어요. 이 화단에 있는 꽃 이름이랍니다."


내가 처음 이 아파트에 이사와 화단을 산책 중 화단을 손질하는 언니가 신기해 한참 바라보고 서있자 언니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코팅된 A4 용지를 내밀었습니다.


그 A4용지에는 화단에 심어져 있는 꽃들의 목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잘 기억나진 앉지만, '백일홍, 봉숭아, 금낭화, 참나리, 미스김 라일락, 괴불주머니'등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나는 조금 의외인지라 다시 언니에게 물었지요.


"자녀분이 만들어 코팅까지 해주셨나 봐요?"


그러자, 언니는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뭔 소리예요. 나 이래 봬도 컴퓨터 아주 잘해요. 컴퓨터에 글도 많이 올려요."


나는 조금 의외여서 다시 물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


"예순다섯!"


나는 또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때 언니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보다 젊었을 때였는데, 당시만 해도 할머니가 컴퓨터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을 때였지요.


그때가 2000년 가을이었고, 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이 2020년 겨울이니, 언니와 나는 거의 20년을 같은 아파트 화단을 가꾸는 꽃 친구로 살아왔으니 우린 전생에 인연이 깊었나 봅니다.

병꽃나무는 언니가 하도 자랑을 하길래 은근히 샘이 나, 종묘상에서 인터넷에서 작은 묘목을 구입해 우리 화단에 심었어요. 그런데 병꽃나무 성장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 재빨리 화단이 넓은 지인에게 뽑아 주고 말았어요.

그래서 우리 화단에는 병꽃나무가 없습니다. 병 꽃이 피는 5월이면 언니네 화단 한편에 화려한 병꽃나무 꽃을 보며 위안을 삼곤 했었지요.


꽃 욕심이 유난히 많은 언니는 내가 속아내는 많은 식물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알뜰하게 가져가 심곤 하셨지요. 언니가 가꾸는 화단이 아닌 아파트 곳곳 빈터에 참 많이도 심고 또 심으셨습니다.


화단에 애써 구해 심어놓은 식물을 누군가가 뽑아가서 속 상해하면 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또 심으면 되지 뭔 걱정이야. 뽑아가는 사람이 잘 키우면 그것으로 우리 역할은 다 하는 거야."


언니의 그 말은 속 좁은 내 마음이 살며시 들어와 앉아 꽃바람으로 다독여줬고, 나는 곧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재익 언니

언니가 그렇게 아름답게 가꾸었던 화단은 황무지처럼 변해버려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던 그곳을 가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그래도 병꽃나무는 너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언니의 환한 웃음처럼 나를 반겨주네요.

언니

그곳 하늘나라 화단에서도 여전히 꽃을 가꾸고 계시겠지요.

나중에 내가 언니를 만나려 가는 날

언니는 나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하늘나라 꽃밭을 자랑하실 거라 믿고 있어요.


행복한 마음으로 그날을 그려봅니다.

병꽃나무


병꽃나무는 쌍떡잎식물 합판화군 산토끼꽃목 인동과의 낙엽관목으로, 학명은 Weigela subsessilis이다.

주로 산지 숲 속에서 자란다. 높이 2~3m이다. 줄기는 연한 잿빛이지만 얼룩무늬가 있다. 잎은 마주나고 잎자루는 거의 없으며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의 타원형 또는 넓은 달걀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다. 양면에 털이 있고 뒷면 맥 위에는 퍼진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5월에 병 모양의 꽃이 노랗게 피었다가 점차 붉어지며 1~2개씩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꽃받침은 밑까지 완전히 5개로 갈라지며 털이 있다. 5개의 수술이 있다. 열매는 삭과(蒴果)로 잔털이 있고 길이 1~1.5cm로서 9월에 성숙하여 2개로 갈라지고 종자에 날개가 있다.

한국 특산종으로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한다. 잎에 융모(絨毛)가 있고 꽃가지와 잎자루 그리고 어린 가지에 퍼진 털이 있는 것을 흰털병꽃(var. mollis)이라고 한다. 자료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병꽃나무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병꽃나무 꽃말은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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