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의 꽃
나는 저먼더, 사람들이 케모마일이라 부르는 작은 꽃이에요.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은 꽃이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곁에서 위로와 치유의 상징으로 살아왔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태양신 라에게 바쳐졌고, 북유럽 신화 속에서는 천둥의 신 토르에게 드려지며 폭풍을 잠재우는 신성한 꽃이기도 했지요. 로마의 병사들은 전쟁터에서 나를 달여 마시며 상처와 피로를 달랬고, 중세 영국의 정원에서는 나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집안을 평화롭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작지만 오래도록 문학 속에도 살아왔습니다.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나를 두고 이렇게 말했지요.
“카모마일은 밟힐수록 더 번성한다.”
밟히고 꺾여도 다시 일어서는 생명력, 그것이 곧 나의 꽃말, ‘역경 속의 힘’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차에 적신 작은 마들렌을 매개로 잃어버린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을 그렸습니다. 그는 이렇게 썼지요.
“The sight of the little madeleine had recalled nothing to my mind before I tasted it.
And all from my cup of tea.”
차 한 모금, 사소한 감각이 삶의 깊은 기억을 깨우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그때, 책을 읽던 사람은 나를 잘 몰랐습니다.
프루스트의 문장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카모마일 차를 직접 맛본 경험이 없던 그에게 나는 그저 한 줄의 글일 뿐이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는 나를 키우게 되었어요.
작고 하얀 꽃이 무척 사랑스러웠지만, 진딧물이 몰려와 줄기를 잘라내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새순이 돋아나는 나를 보며 그는 깨달았습니다.
내가 왜 ‘역경 속에서도 강인한 힘’의 꽃말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이제야 그는 프루스트의 문장이 전하려던 깊은 울림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 저먼더가 단순한 허브가 아니라, 기억의 열쇠이자 시간의 다리라는 것을.
나는 케모마일, 마트리카리아 카모밀라.
작지만 단단하게, 언제나 당신 곁에서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꽃.
불면의 밤에는 차 한 잔으로, 지친 날에는 향기로,
그리고 어떤 순간에는 잃어버린 추억까지 되살리는,
나는 오늘도 당신 곁에 피어 있습니다.
https://youtu.be/KasbmHf-h9c?si=dA58pYQWgw_ro2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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