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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이 전하는 오랜 이야기

12월 4일 탄생화

by 가야

12월 4일의 탄생화, 수영이 전하는 오래된 애정


겨울의 초입, 12월 4일의 탄생화는 이름부터 맑고 시원한 수영(Rumex)입니다. 풀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생김새와 달리, 이 식물은 우리에게 ‘애정’과 ‘친근한 정’이라는 따뜻한 꽃말을 건네줍니다. 어쩌면 그 꽃말은 수영이 수천 년 동안 인류의 곁에서 묵묵히 기여해 온 역사적 무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수영의 학명은 Rumex acetosa입니다. 속명 Rumex는 창처럼 생긴 잎 모양에서, 종명 acetosa는 잎에서 나는 강렬한 신맛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별명 덕분에 '시금초'라는 친근한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그 맛의 정체는 수산(Oxalic acid) 성분입니다.


이 신맛은 단순히 미각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영을 유럽과 동양 문화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유럽의 미식 역사에서 수영의 존재감은 독보적입니다. 프랑스 요리에서 수영은 연어와 같은 생선 요리에 곁들이는 고급 소스인 ‘소렐 소스(Sauce Oseille)’의 핵심 재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버터와 크림의 풍부함 속에 수영의 산뜻한 신맛이 더해져, 요리의 깊이를 완성하는 미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한편, 이 고급스러운 식재료는 서민들의 구황작물이기도 했습니다. 비타민 C가 부족했던 중세 영국에서는 수영이 괴혈병을 막는 중요한 약초였으며, 레몬이 귀하던 시절 신맛을 대신하는 '가난한 자의 허브'로서 샐러드나 '그린 소스'의 주재료로 활용되었습니다.


동양의 시각에서 수영은 해독과 치유의 상징이었습니다. 중국 전통 의학에서는 염증이나 소화기 질환에 쓰는 약재로 기록되었고, 한국의 민간요법에서는 해열이나 종기에 바르는 등 생활 깊숙이 자리했습니다. 이처럼 수영은 때로는 고급 요리의 미묘한 풍미를 책임지고, 때로는 척박한 환경에서 서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이중적인 가치를 지닌 식물입니다.


겨울의 한복판에 피어나는 수영은 화려함 없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사람들에게 '친근한 정'과 '애정'을 베풉니다. 12월 4일에 태어난 당신처럼, 수영은 강인한 생명력과 변함없는 효용성으로 주변을 이롭게 하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삶의 미묘한 신맛과 단맛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수영처럼, 당신의 삶도 깊고 풍부한 애정으로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https://youtu.be/wjWDAFvga3U?si=rBrBtJYM5JqAwi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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