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쟁 역사의 도시 - 포츠담(Potsdam) 편
Sanssouci
휴가를 강제로 받았는데 갈 곳이 없었다. 스위스, 튀르키예 등등 타 국을 가기 이전에 독일부터 여행해 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가봤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드레스덴 갈까, 프라하 갈까 하다가 포츠담이 갑자기 가고 싶어졌었음.
계획 없이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가는 길은 가면서 검색하자는 마인드로 길을 나섰다. 가자 서쪽으로!
이때까지만 해도 텐션이 높진 않았으나, 처음 시작 때만 이러지 막상 떠나면 기분 나아질 거야~라고 혼자 생각했었음.
저 빨노랭이 전철을 타고 매일같이 출근하는 중
가면서 왜 의미 없는 길을 나서나 고민만 계속했다. 막상 떠나보려니 집에서 있는 게 좋을 것 같고, 한국에서도 어디 돌아다니지를 않았었으니 내가 그냥 여행 가기 싫었구나 했음.
계속해서 이 이동수에 무언가 의미를 두어보려고 했었는데, 여기는 일 터이지 놀러 온 곳이 아니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그렇게 신나지도 않고 왜 가는 거만 혼자 자문만 하고 있었다.
그래도 하나 깨달은 건, 저 빨노랭이 전철을 타고 가는 베를린이랑, RE 1을 타고 가는 기찻길에서 보는 베를린이랑 시야가 크게 달랐다.
매일 같이 가는 길이지만, 잠깐 위치를 바꾸었을 뿐인데 느끼는 새로움이 있다. 맨날 전철 안 창문 벽 구석에 박혀 옆면 만을 바라보면서 갔었는데, 정면으로 구불지 어진 기찻길을 보니 움직이는 게 실감이 났다.
비가 엄청 막 쏟아지는 건 아닌데, 소나기성 비가 1 시간당 2~3번은 자주 온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비 오는 날이 너무 좋다. 예전에 중학생 때 2층 집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6~7층 높이에서 비가 떨어지는 주택가를 바라보는 게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 그 시절의 정서가 그리운 게 아니라, 창밖의 비 오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봤던 어린 내가 너무 그리웠다.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2003년도 여름이었다. 그렇게 덮지는 않았고 비만 주르륵 와서 눈 뜨고 일어나면 밝기가 참 어두웠었다. 그날 아침에 뭐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싱크대 수도관이 망가졌었다. 내가 고쳐보려니까 더 망가지는 바람에 아버지한테 혼나고 방에서 커피나 마시면서 창밖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나에게 그런 일을 맡기지 않으셨다. 사람이 좀 알려주지도 않고 화만 내고 훈수만 그냥 ㅎㅋㅎㅋ
내가 기계치는 아닌데, 아들이 공부도 안 하는데 괜히 공고 쪽으로 갈까 봐 염려하셨기 때문에 막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 본인께서는 기술 장인이 되는 것이 꿈이셨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공대를 왔지 ㅎㅋㅎㅋ
그때 혼자 창밖 보면서 나는 어디로 갈까 나중에 혼자 살아볼 수 있을까? 혼자 산다면 안산에서 정말 먼 곳에서 살아야지 했는데 지금 여기서 살고 있네.
그 집은 지금 잘 있을까? 대학교 3학년 방학 때 동생이랑 자전거 타고 가다가 잠깐 보고 지금까지 한 번도 안 가봤네. 참 추억이 많은 집이다.
나는 무슨 일을 꾸밀 때 작은 일이라도 계획해야만 한다. 계획 없이 오니까 빌어먹을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물어보자니 열받아서 그럴 생각이 안 든다. 분명 포츠담에서 한 정거장 더 가는 걸로 봤었는데 Werder라는 역에서 내렸다. 한 정거장 더 온 것은 맞으나, 브란덴부르크로 이동하는 방면이었다. 그래도 잠깐 여기 둘러볼까? 했는데 어디 갈 곳이 없다 한참 걸어가야 했다. 뭐임 여기
프랑크푸르트는 베를린 기준 남서쪽에 있는 큰 도시인데, 베를린 동쪽에도 작은 마을이 있다.
근처 어디 들려서 돈 쓰기는 싫고, 그냥 가만히 서 있어서 30분을 기다렸음.
포츠담 가는 게 RE 1 기차 타고 30분인데, 왜 내가 1시간이 걸려야 하냐 진짜 계획 없이 오면 이런다니까.
포츠담 중앙역에서 1 정거장 잘못 내려서 werder 역으로 왔으니까 1 정거장만 내리면 되겠지ㅎㅋㅎㅋ?
하고 내렸는데 여긴 어데고
San ssouici park라고 여기 내려서 버스 타고 갈까 했는데, 버스 타는 역도 gps에서 못 찾고 이상한 막다른 골목길만 계속 찾았다. 나 진짜 길치인가?
비둘기만 못하네 ^-^
30분이면 갈 걸 1 시간 30분 걸리고 있음.
여행 길이 기차역에서 비만 바라보고 있는 여행이 되었다.
이 상황이 어이가 없다.
이래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획 없이 오니까 길도 못 찾아가는 거 아냐.
마을이 근데 되게 조용하긴 하다. 오다가 보니까 소도 많더라.
그래도 다음에 다른 사람들이나 가족들이랑 오게 되면 한 번에 찾아오겠지? San ssouici 궁전으로 가자
그래도 날씨 요정이 다시 와줬네
이동하며 묵언 수행하듯 무게 잡고 갔는데, 사실 여러 번 스팀이 끓어서 식히는 중이었다.
길 두 번이나 빠꾸나며 버스 정류장, 화장실 등등 찾아갈 때 혼잣말로 욕하며 여기 어데고 하며 길을 찾았는데, 아무리 독일 사람들이 못 알아먹는다고 해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아서 입 닫았다.
그래도 어찌어찌 도착을 했다. 목적지에 오니까 명언이 하나 생각났다.
그래 앞으로 간다는 게 중요하지. 힘들면 잠깐 멈춰서 있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후진은 아니지 않나?
내부 궁전을 들어가진 않았다. 시간이 애매한 것도 있는데 괜히 돈을 쓰기 싫었다.
독일의 관광지를 돌다 보면 왜 건물들의 벽들이 탄 것처럼 그을렸냐는 말이 있다. 어찌 보면 먼지가 덕지덕지 붙어 씻지도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저 석재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을 돌이 없어서 가져다 쓴 거고, 굳이 덧칠이나 바꾸지 않은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이 전쟁의 아픔과 본인들의 잘못을 기억하겠다는 의미이다.
1945년 7월 17일, 이곳 포츠담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패망한 독일의 베를린을 어떻게 통치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했다.
그렇게 베를린은 소련, 영국, 미국 아래 대표들에 의해 구역들이 분할되었다.
소련 - 이오시프 스탈린
영국 - 윈스턴 처칠, 클레멘트 애틀리
미국 - 해리 S 트루먼
내가 살고 있는 구역이 옛 동독 지역으로 소련 정부가 잠깐 통치했었다고 한다. 이후에 해방되어 독일 소유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이곳에서의 회담이 의미 있었던 것은 이 회담을 계기로 조선에서 대한민국 국호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독일과 손잡았던 일본 때문인데, 그렇게 이성계가 세운 조선 왕조 약 500년이 막을 내렸었다. 해방 이후 약 5년 뒤에는 전쟁이 발발하였다.
이곳에 오게 되며 참 아이러니한 게, 일본 전 총리 아베가 이틀 전에 암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궁전 주변 정원은 무료 개방이라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포츠담은 브란덴 부르크 주에 속해 있는데, 인구가 약 16만 명 정도 거주한다고 한다.
이 궁전의 이름은 Palais de Sanssouci, 근심 걱정 없는 여름 궁전으로 1747년에 건설되었다는데 막상 방문하는 나는 근심 걱정 참 많았음.
이 궁전은 프리드리히 대왕이 직접 건축에 참여하여 설계했다고 했다. 프랑스를 너무 좋아하는 바람에 베르사유 궁전을 좀 모방했다는데, 길바닥에 똥은 안 지려놨네 배치된 장식품들이나 건축물들의 비율이 볼만하다.
그네 만들어서 타면 풍경 좀 나올 듯
이곳은 튀르키예랑나 태국이랑은 다르게 내부에 동물원이 없었다. 각 나라의 왕들은 본인들의 사치를 증명이라도 하듯 동물원이 있었다. 그러나 이 왕은 검소함을 유지해는 지 그런 동물원이 없었다. 이 왕은 프리드리히 2세이다.
3세인가 4세인가가 인성에 문제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사람은 가정학대를 받으며 자랐음에도 백성들을 생각하는 참 군주였다고 한다.
다른 건 나도 잘 모르는데, 이 사람 업적 중에 하나가 독일을 감잣국으로 만든 것이다. 일명 감자 대왕이라고도 불린다.
여기가 여름 궁전이라 시원한 느낌도 나고 진짜 시원했었는데, 알고 보니 정원 나무들 아래에 수도관이 있었음.
우거진 숲, 새들, 각종 벌레들, 여러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단 한 명도 여기서 먹을 것이나 기념물 등을 판매하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문화재에 대한 존중인지 법으로 제한되어 있는지 모르겠으나 분위기가 차분한 산책코스 같은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정원이 넓어서 걷기만 한 5km 걸은 것 같은데, 먹을 것을 찾는 오리샛기도 볼 수 있다.
이 독일 꼬맹이가 오리랑 놀겠다며 다가가니까 오리샛기들 화들짝 놀라서 다 도망갔었다.
꼬맹이가 왜 도망가냐고 Warum? Warum? 그러는데 그게 귀여워서 사진 찍어주는 아빠.
이곳 관광지는 가족단위, 어르신들의 비율이 높았다. 나 또한 ????인가?
에코백 들고 올걸
궁전 아래 분수대 기준의 정원은 알록달록한 꽃들로 가득하다. 그게 제일 볼거리였다.
이곳에는 연인들도, 연인이 되려는 사람들도 많이 온 것 같았다.
그들을 위한 축복의 장소 같았음. 그래서 내가 기분이 별로였나
날씨는 끝내준다.
그래서 그 음악 연주하시는 분을 피해서 사진을 찍었다. 같이 찍고 싶었으나 돈을 쓰기는 싫었당 ㅎㅋㅎㅋ
사진을 그냥 찍고 싶었는데, 옆에 구경하시던 분들이 자리를 내주셨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함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집으로 가자.
지연 또 될까 봐 Alexanderplatz에서 내려서 U5 타고 집 왔다.
오늘은 상현달이 떴다.
혼자 다니며 별 마음도 없이 갔다 왔는데, 만약 내가 연인이나 가족들이랑 가게 된다면 도대체 거기서 뭘 해야 하나 생각했다.
사실 더 일찍 가서 빠르게 궁전 투어를 끝내고 도시를 구경했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포츠담이란 도시는 같은 독일인데도 불구하고 베를린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더 깨끗해서 그런 거일 수도 있는데, 이 독일 지역이 산이 없는 평지 기반이다 보니 뭔가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는 게 배경을 바라보기에 어색한 부분이 있다.
베를린은 주변에 죄다 건축물들이라서 저 먼 풍경보다는 하늘만 바라보는 광경이 잦다.
그러다 어쩌다 강가가 나오면 강가에 사람들이 맥주를 까고 있는데, 여기도 똑같았다.
다시 또 언제 가볼까 모르겠다. 이번 휴가에 어디 갈 곳도 못 정하고 하루하루 집에서 쉬는데, 우연하게 내 마음이 거기로 향했던 것 같다.
3줄 요약
1. 역사적인 도시 포츠담에 가봤다.
2.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려서 걱정했었다.
3. 날씨요정 간택 받아 여행 잘 마쳐 Sanssouci 했다.
다음에는 어디를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