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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세계 속으로 스위스(Schweiz)-7

산과 물이 빚어낸 알프스의 내륙국, 그 일곱번째 이야기

by 폐관수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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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행 마지막날 이동 경로

나는 내가 공부를 시작한 이후부터 12시 이전에 잔 적이 손에 꼽는다. 나는 항상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고, 가장 강해야 했으며, 누구보다 아는 것이 많아야 했다.


20대에 올라와서 직업 군인의 권유로 ROTC 시험에 기회가 있었는데, 이것을 합격 해버리는 바람에 에 내 꿈과 가치관 사이에 혼동이 왔었다. 가족들도 경험이 없다보니 진로 결정에 누나나 형이 있었다면 바로 잡아줄 수 있었겠지만,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아무도 나를 모르는 집단에서 나라를 지킬 때도, 알바를 전전하며 공장을 다닐 때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이었지 내 마음을 말한 적이 없었다.


대체로 본인 고민이 있어서 말하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본인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하니까 거기에 대해 듣기 좋은 모범 답안들만 해주면 알아서들 감동하고 그랬다. 정말 고민 있는 사람은 본인 입 밖에 꺼내지 않고 병원을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말해놓고 정작 내 인생에 병월을 가본 경험이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유학 준비 전 교통사고 당했을 때가 가장 긴 병원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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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찍을라니까 나무가 가린다

루체른으로 이동 중에 튠 호수 풍경


남의 고민을 들어주기만 한 사람에게는 친구가 없다. 이게 반복 되어지면 본인들 편할 때만 찾는 감정 쓰레기통으로 되어졌다. 꼭 모든 사람들이 그런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중의 소수는 나에 대한 고민도 궁금해 했었다. 그런데 이야기 하지 않았다.


자존심 문제라기 보다는 일종의 아집 같은건데, 나는 내가 고민을 털어놓게되면 그동안 쌓아올린 내 다짐들이 한 번에 무너지고 너는 결국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었구나 라고 받아들여질까봐 그게 겁이 났다.


이렇게 입닫고 귀만 열어 놓으니까 나를 어려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삶의 경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내 이런 부분을 통찰 하신 분도 계신다. 그렇게 까칠하게 살다가는 옆에 있어줄 사람도 떠나간다는 거다. 그런데 나는 내가 자기 암시를 걸어서 그런가, 나는 주변 사람들이 말해주는 칭찬들에는 그 칭찬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었다. 박사가 무슨 벼슬인가? 논문쓰는게 그렇게 잘난 사람들만 하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자영업이나 회사일이 더 힘든 일이다.


3년 동안 이 바라고 바랐던 유학 생활의 기회를 잡아 놓치기 싫어서 베를린에서 어디 돌아다니지를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내 스스로에게 보상을 안 준게 아니다. 내가 내 스스로 괴로웠으면 그렇게 3년동안 폐관수련만 하지 않았을거다.


사람들 다 목숨 걸고 본인 일을 헤쳐나간다. 이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이다. 그들 중 누군가에게는 하루 하루가 살 얼음으로, 가시 밭길로 향하는 상황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학생이 무슨 고민이 있어서 힘들다고 말할 주제가 되나? 지치지 않았는데 어떻게 쉴 수가 있지?


그래서 말할 수가 없었다. 겸손한게 아니라 정말 주제가 안되었다. 이 날 나는 스웨덴 박사님과 동행하기로 했었는데, 티켓 이용 경로를 확인해보니 내가 가려던 루체른과는 다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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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하이디는 없었다....
SE-77e34df4-c81e-4f48-b5c1-af6f00d00d93.jpg?type=w1 사진 왜 잘나왔다 그러지? 내가 볼 땐 빙구같은데...

이 친구도 혼자 떠나와서 여러 일 겪으며 생각이 많아보였는데, 이 순간의 청춘을 기억했으면 해서 사진을 찍어줬다. 내심 혼자 결심하고 여기까지 왔을 과정을 생각되어 나는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 부러운 마음이었다. 참 신기한 날이었다. 곳곳이 에메랄드, 녹색, 비취색, 연두색 죄다 무슨 풀떼기 색깔이었는데 이 친구에게서도 똑같은 색깔이 보였다. (그냥 내 이야기 들어줘서 칭찬해주는 거임)


갈때마다 사진 찍는 텀이 있어서 사람들 눈에 띄다보니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당황스러워서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는데, 마침 동역 가는 길에 coop에 들러 커피를 사 마셨다.


지금까지도 모르겠다. 고마운 마음이 있으니, 가끔은 강물에 떠내려 허우적거리는 사람한테 살려주려 손 뻗어준게 고마워서 그러는거 같기도 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내 인생 이야기를 꺼내버리니 분위기는 내 예상과는 달리 급 진대로 나아갔다. 하이디 이야기나 하고 가려고 했더니 이건 내 여행 계획에 없었는데 ^-^;;


두서 없이 말했던 내 이야기를 마치니 이 친구가 눈물 맺힌 말티즈 눈을 하고 있으니 내가 다 미안했다. 참, 이야기 끝까지 들어준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나를 불쌍히 생각해줘서 기특해서 안아주는건 오바이고 머리만 좀 쓸어내려줬다. 이때 꿀밤 때리면 반응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당. 욕을 넘어서 죽빵 날라올듯.

IMG_20220618_173323_143.jpg?type=w1 루체른 역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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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의 여왕 리기산이 있다는 루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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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 역 앞 카펠교 1333년에 지었다고 한다.

그러기엔 이 사람도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기차가 이미 도착했다. 아니 이러고 끝내면 나도 뭐라도 상담비라도 주고 끝내야지 하고 사자상에서 보기로 했는데 애가 안와?


아니 나 취리히도 가야되는데, 자나? 계속 재촉하면 좀 그렇고 시간이 없는데 거기 숙소 규칙이나 방 정리할 거 생각해보니 그렇게 걸릴 것 같았는데 보니까 시간 좀 남아서 잤단다 ^-^


그래도 급한 마음이 걸려있는 상태에서도 어찌어찌 사자상에서 기다리며 사람들 사진 찍어주고 이야기 나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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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의 사자상 - 너를 보러 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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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펠교를 가봤다.

카펠교를 가보긴 했는데 안에 들어가니 한옥집 같았다. 그늘 지니까 시원하긴 해


거의 급하게 헤어져야 되어서 후딱 사진 찍고 헤어졌다.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어서 미안하긴 하다. 다음에 언젠간 또 도움 줄 날이 오겠지.


자 다음 일정을 위해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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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유럽 1짱이라며?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ETH에 왔다. 진심 더워 진짜 덥다고 뭐 이리 덥니?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너네학교만 온게 아니었어 짜샤 속으로 이 생각하고 왔는데, 막상걸어오니까 더워 뒤지는 줄 알았다 진짜 날씨 요정한테 복 받은거 같아서 좋긴 좋은데 너무 햇빛이 쨍쨍이었음.

IMG_20220618_173041_386.jpg?type=w1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내부는 봐야지.
SE-79423de7-fe46-4f88-b735-117d0a0a1cc3.jpg?type=w1 집에 도착했더니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께서 연락주셨다. 리뷰를 남겨야 겠구나. 사실 4번째 이야기 하시는거다

숙소 예약 프로그램인 민다로 예약해서 리뷰를 남겼다. 남기고 나니 스탭 분이랑 사장님께서 크게 감동해주셨다. 그 어플은 리뷰 수정 할 수 있는란이 없어서 한번 쓸 때 잘 써야 됐다. 내 본심을 남겨놓았는데 잘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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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첫날 만났던 친구, 훗날 국사 선생님이 될 거란다. 우리집와서 음식 거덜내고 감

그리고 이 샛기가 연락왔다. 진짜 올 줄 몰랐는데, 찾아와서 밥이랑 술 먹고 갔당. 베를린 볼 거 없지?


구내염이 너무 쎄서 물만 마셔도 아픈데, 집에서 잘라했더만 이새키 와서 우리집 식량 다 거덜내고 그래도 우리 집안 사람들은 손님을 하대하지 않아요


그래그래~ 잘 먹었으면 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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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 죽겠지만 할 일은 해야지! 내일 또 보자는데 걍 쌩 까버릴까...

손절 고민만 했다구 ^-^ 오해말라구~


아무리 일정 피곤하게 소화해도 나는 다 챙겨줄 수 있다구~


IMG_20220620_202822_382.jpg?type=w1 3년만에 처음 먹어보는 커리 부어스트 맛은 내가 생각했던 맛 그대로임
IMG_20220620_202822_672.jpg?type=w1 베를린에 볼 것은 그래도 베를린 돔 밖에 없지?

스위스에서 만난 친구를 베를린에서 또 인연이 되어서 만나게 되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그래도 사람들은 결국 위치만 다를 뿐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거지.


다음에 스위스를 간다면 그 때는 나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니라 함께 가는 여행을 계획해 봐야겠다.


그러려고 다녀왔던 나를 위한 여행이니까 다음에는 보다 실수하지 않고 꼼꼼하게 챙겨서 잘 준비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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