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6일차, 사실 이날은 어디 돌아다니지 않고 혼자 인터라켄 돌아다니며 생각 좀 하려고 했다.
계속 떠오르는 내 실수가 나를 갉아먹었고, 여행 내내 그 생각에 사로잡힐 것만 같았다. 나는 정신머리 좀 챙겼어야 했다.
자 이제 하루를 시작해볼까! 하면서도 다시 또 혼자 열 받아하는 내가 있었다.
스위스 여행 6일차 여행 일정
내가 이러고 있으니, 한인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께서 나를 좋게 봐주셨는지 방도 비싼 방으로 옮겨주시고, 선크림이나 헬스장을 따로 제공 해주셨었다.
아침 운동 후 복귀 길
이날은 아침부터 바빴다. 수영하러 간다는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스탭이 일정을 짜줘서 사람들이 가게 된 것 같다. 같이 갈 사람을 구하려고 숙소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전에 수영하러 가고 싶다는 일행들이 생겼었다.
웃긴게 오전에 일정을 치뤄야하는데, 패들보트랑 카약 빌리는 곳이 오후에 문을 연다고 한다. 근데 홍보지에 나와있는 카톡 아이디로 물어보니까 현지에서 직접 물어보면 오전에 가능할 수 있다며 가봐야 된다고, 인터라켄 동역가는 길의 패러글라이딩 예약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래 어찌어찌 되긴 되네, 하고 가면서 생각해보니까 패러글라이딩 업체인데 다른 액티비티도 운영할 수 있겠구나 했다.
막상 가보니 거기 직원이 전화연결로 매장 열었는지 알려주었다.
그렇게 Neuhaus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참 이번 여행은 운이 좋다.
에메랄드색 강을 옆에 두고 에메랄드 빚바랜 것 같은 친구랑 핵인싸 바람둥이샛기랑 같이 동행하게 되었는데, 참 이게 조합이 재밌었다.
내가 탱커 포지션이라 그런지 둘이서 초 단위로 내 발작버튼을 눌러댔다.
출발 하기전에 아침 먹은거 소화 시키기
사진을 잘 찍어줬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버스도 타이밍 맞게 잡았고, 간단히 샌드위치 점심을 먹은 뒤 여유롭게 간 것 같다.
처음 타봤는데 몇번 얼굴로 물에 박은것 같다. 사실 여기 바닥 몇몇 장소는 뾰족한 돌이 있었는데, 여기서 다친 상처가 독일가서도 완전히 안 나았었다.
그래도 1기통 패들 보트 보다는 2기통인 카약이 훨씬 편하고 타기 쉽다.
같이 온 동행자들이 생각보다 쉬웠는지 카약으로 마무리했당.
1시간이 금방 갔었기 때문에 연장도 고려 했었는데, 어차피 빠진거 돈 쓰기보다는 차라리 수영이 났다고 결정 내렸다.
내가 현금이 부족하여 갈대 친구가 대신 선결제해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돌처럼 강직한 모습이었다. 둘이 함께 가는 동안 내가 짐을 지키고 있었는데, 몸짱 한국인 무리 중 한 명이 나한테 말을 걸어왔었다.
처음에는 운동한지 얼마나 되는지부터 물어보길래 짜식 볼 줄 아는구나 했었는데, 몇명이서 왔는지부터, 어디서 묵는지 자세하게 물어보길래 왜 궁금하냐니까 얼버무리며 그냥 가버렸당.
이새키들 이거 헌팅하고 싶구나 했다. 나도 hunting 할 줄 아는뎅 ^~^
이상하게 평소 하지도 않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물뿌리고 들어올리고 그랬었는데, 그냥 좋은게 좋은거니까 그런것 같다.
나도 신혼여행으로 온다면 저런 분위기 속에서 사진 찍겠지?
스위스패스 하루 연장 가격이 생각보다 싸서 연장하고 가버렸다. 생각보다 후련하기도하고 그냥 나는 가만히 있는것보다는 움직이는게 적성에 맞는것 같다.
좁은 숲속에서 길을 끝까지 가면 탁 트인 호수가 나오더라
lime 이 기반인 빙하수는 색깔부터 곱다.
초록색이 어우러져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
같이 동해해준게 고마워서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맛은 주스 얼려놓은 맛이었다.
왼쪽부터 발작 버튼 누른 사람, 옆에 가만히 있다 이야기 듣고 본인도 눌린 사람, 날라오는 미사일을 피할 방도가 없었던 사람
블라우제(Blausee) 안에 있는 동상, 제작자 Raffael Fuchs
숭어공주 동상에 얽힌 전설은 다음과 같은데, 썩 좋지는 않은 이야기였다.
이 호수를 자주 찾아왔던 아름다운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연인과의 시간을 이곳에서 자주 보냈었다. 그러나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녀의 맘은 찢어갈겨졌고, 매일 밤 찾아올 때마다 버틸 수가 없어졌다. 그래서 그녀는 이 호수에서 목숨을 끊었다. 그녀의 눈물이 이 호수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녀가 고통과 외로움을 함께 죽음으로 가져갔으니 지금은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과거로부터 새 시대를 살기 위해 일어서야 할 때다. 이것을 되새기고 고통과 외로움은 내려놓아라. 당신에게도 우리에게도 그리고 인류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 죽었다고 구라 뉴스 뜨면 경찰 조사 나올까봐 급 훈훈하게 바꿨쥬?
모기 좀 어떻게 해줘라 입구에서 전기파리채 대여해주면 대박날듯
호수가 보기보다 깊어보인다
이곳 호수가 스위스 1급수로 취급되는 호수라고 한다. 어디 폭포같은 곳이 없는데 저 숭어들은 어디서 왔는가 했더니 여기서 양식으로 기르는 곳이라고 한다.
옆에서 숭어 잡아서 바로 요리해준다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혐오감이 느껴질 수 있는데, 생각해보니 맛있겠네 숭어회
숭어도 오트밀 먹나? 근데 하이디는 어딜가야 볼 수 있는거냐
동화 속의 장소라고 하기보다는 영화 속의 장면을 연상캐 하는 장소라고 말하는게 맞는 것 같다.
사실 큰 기대를 안 하고 왔었는데, 잘왔다고 생각이 들었다.
스위스 여행 계획하면서 예정된 호수만 7 곳이었는데, 일정이 바뀌어서 단 하나만 보게 되었다.
바흐알프제 호수인가 피르스트 정상에서 가야되는 일정을 하려고 해었는데 오히려 거기 갔었으면 실망만 더 했었을것 같다.
이번 여행은 운이 좋다고 또 생각 들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그림자는 돌이 아니라 숭어다. 되게 많다
액티비티 하기 딱 좋게 만들어진 계곡이다. 비오면 엄청 불어오르겠다.
보기보다 자연이 갖추어졌으니 철새들도, 청솔모도 이곳에서 목을 축이고는 하는 것 같다.
숭어 회뜨면 먹을만한가? 는 모기 존인데 모기부터 좀 어떻게 해줘봐
스탭분이 또 생일이라 먹어보라고 몇조각 주셨다. 참... 우리가 케잌 해줬어야 했는데...
또 고기파티가 시작되었고, 그 빌어먹을 주제를 여기까지 끌고오게끔 만든 바람둥이샛기 저거 주리를 틀었어야 했다.
그러다가 초면도 있어서 친해지자는 식으로 마피아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사람 성격 파악하는게 이것만큼 쉬운게 없다.
술은 스웨덴 박사님께서 양주를 사셨는데, 너무 맛있게 마셨다. 치킨은 진짜 넘 가격 깡패야 내가 직접 튀기는게 나을듯하다.
그리고 이 날 스탭분이 생일이었어서 고맙게도 케잌을 얻게 되었다.
고기 구워먹고 2차로 마피아를 시작하게 됐다. 우리 일행들 중 몇명은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담소 나누고 싶어해 보였당
그래도 사람들이 참 사람 좋은게 단 한명도 얼굴 붉히지 않고 착실히 게임 하더라. 옆에서 보고만 있는게 그렇게 꿀잼이지.
얼큰이와 함께 마피아의 밤
친해지는데 마피아 게임 만한게 없지 ^~^
이런 자연스러운 상황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몰래 찍어주고 공유해줄라고 했는데, 봐버렸네 ㅎㅋㅎㅋ
별을 찾는 청춘들
어우 너무 속이 소화가 안되어서 별 보러 가자고 산책 나왔다. 기억이 이 날인지 전 날인지 잘 안나는데, 내 모질이 같은 모습이 옛 연애 감정이랑 함께 빠져들어서 참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었다.
발작버튼 눌러대는 것과는 별개로 스스로에게 더욱 잘하지 못했던 게 생각나서 머리 끝까지 스팀이 끌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 점을 숙지하라고 이곳으로 내가 보내진 것 같았다.
한참을 걸으며 이제는 그만 짐을 내려놓으라는건가 새사랑 찾으라는건가 혼자 고민이 복잡했는데, 그렇게 몇년을 생각해도 아직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고, 소개를 받아도, 사람을 만나보려해도 벽에 있었다. 계속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건 항상 나였다.
흔들림의 미
뭐지 이 사진은 얘 같이 산책 안간걸로 아는데 뭐지 언제 찍었지, 뒤늦게 뛰어왔나
사람이 항상 잘 할수는 없다. 그럼에도 잘 해야만 한다. 나는 그런 마음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