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상공 4300m의 스카이 다이빙 체험
화가 많이 났던 지난밤은 접어두고 아침 운동을 나서기로 했다.
이 모질이는 키를 어디다 두었는지도 모르고 새벽에 짐을 뒤적이려다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같이 자는 사람 깨울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일찍 나가시는 다른 분이 계셔서 문 열어주시는 걸 부탁드렸다.
되도록 빨리 와야 돼서 이날은 아침부터 전속력으로 달렸다.
증말... 기분도 상했는데 정신머리도 못 챙기는 모질이다.
날씨가 선선한 게 진짜 너무 좋았다.
몇 번을 똑같은 장소에 찾아가니 지루함에 쌓였는데, 오늘은 드디어 원하던 액티비티를 하게 되었다.
어쩌면 마지막 길이 될 수도 있겠는걸?
는 퉤 퉤 퉤 그럴 일 없고요
몸에 남아 있는 술을 좀 뺀다고 뛰었는데도 얼굴이 상당히 부어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uJIqmha2Hk
스카이 다이빙 하게 되면 글씨를 보여줄 텐데, 숙소 스탭한테 부탁하여 글씨를 좀 요청드렸다.
글씨 정말 잘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 10시에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9시 30분까지 도착하면 되었다.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는데, 아래층이었다.
10시 좀 넘어서 출발했는데, 늦게 온 이집트인 듀오 덕분이었다.
일하시는 분이 굉장히 화가 났었는데, 이 친구들도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이번 여행은 사람 복이 없는 건가?
그래도 그 와중에 한국인 한 명과 함께 가게 되었다.
이동 중에 나는 스카이 다이빙해서 죽을 확률을 고민하는 것보다 이 사람이 미친 듯이 레이싱 하는 게 더 조마조마했다. 뭔 카트라이더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옆에 봐가면서 추월하는 게 불안한 마음만 가지게 했다.
130km 달리는데 코너에서도 속도를 안 줄인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 교통법이라고 한다.
체코뿐만 아니라 유럽에는 워낙 유통업이 발달되어있다 보니까 이런 사이버 포뮬러 정도는 기본이라 한다.
다이빙은 신나는 마음인데, 인피니티 부스터 드라이빙 덕에 긴장을 많이 했는지 차 손잡이에 매직이 다 묻었다. 아 이거 벗겨지면 안 되는데 ^-^;;
아스라다 부스터를 30초에 한 번씩 쓰는 이 드라이버는 다행히 우리를 안전하게 도착하게끔 해줬다.
스카이 다이빙 업체는 sky walker를 통해 진행되었다.
뚱땡이를 벗어날 수가 없구먼
운동을 해도 안 해도 항상 부어있는 건 느낌인가
비행기나 헬기야 타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별 긴장은 안되었다. 훈련 한번 하는 거라고 생각되었는데, 얼마나 사진이 잘 나올까 가 걱정이었다.
기존에 입던 옷에 다이빙 복을 껴입어서 좀 답답했는데, 다 벗고 한 겹만 입을걸 그랬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었다. 장갑을 껴야 한단다. 이거 적은 글씨 어떡하지? 그래서 물어보니 여기 법에 따라 달라고 그래서 아쉽게도 글씨는 다음 기회로 하기로 했다. 그래 안전한 게 더 중요하지.
나 키 182인데 왜 이렇게 작아보이냐
이거 이 상황에서도 왜 얘를 돕고 있는 거지 옷이 너무 꽉 끼어서 답답했는데, 그래도 올라오니까 좀 시원하니 좋다
다이빙할 때 카운트 다운을 안 한다. 긴장할까 봐 그런 것 같은데, 맨 앞에 선발대가 한 3000 m 올라갔을 때 먼저 뛰어내리셨다.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쿨하게 뛰어내리셨는데, 끝나고 커피나 한잔 하려고 센터 뒤편으로 가보니 흔들의자에서 낮잠 때리시는 걸 보게 되었다. 이분들은 하루에 5~6번 정도 뛴다고 한다.
진짜 베테랑은 베테랑이시구나
이미 비행기는 올라왔고 중도 포기할 수 없다.
이번 모험에서 스카이 다이빙 한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하게 되면, 뛰어내리는 그 순간까지 걱정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익스트림 스포츠가 위험하긴 한데, 당신의 아들이 도전이란 도전은 다 해볼 예정이다.
스포츠 좋아하는 것치고는 살 좀 빼야겠더라.
매번 비행기를 탈 때마다 여기서 떨어지면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경험하게 되었다.
나는 거창하게 여길 정도로 큰 도전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은 이미 몇 년에 앞서 경험했던 것일 거다.
바나나 자세, 다이빙 중에 탭으로 신호를 하면 팔을 펴는 자세 등 알려준 대로 하면 된다.
생각보다 막 정신없는 상황이라기보다는, 숨 쉬기가 약간 힘들 정도일 뿐이었다. 특히 기압차가 급격하게 변동되다 보니 귀 속이 굉장히 아팠다.
그리고 신발이나 장갑도 그렇게 쉽게 벗겨지지는 않았었다.
와우 표정 그켬이네 [-▽-]
스카이 다이빙은 A, B, C 코스가 있는데 가장 비싼 C 코스로 300~305유로(환율에 따라 다름) + 숙소 이용한 소개비 40유로 진행했다.
이 5분짜리 돼지 공중낙하 실험에 345유로를 태웠다.
1/2 에베레스트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근데 사진을 뭐 이리 찍었지
사진마다 대갈장군의 현실이 드러나는 거 같아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있는 게 어디야 하하ㅎ!
옆에 파일럿도 무슨 참새 목 내민 것처럼 찍어놨음
비행이 마무리되고, 귀 압력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입 안에서 피가 뱉어졌는데, 생각보다 잎몸이 많이 약한가 보다. 부피만 컸지 내구성이 많이 약한 몸인 것 같다.
오우 진짜 공기 저항이 더해진 못생김이다.
다시 복귀하니 오후 3시였다. 동행인은 2시 30분에 오스트리아행을 타고 갔어야 했는데, 이미 기차 놓치신 것 같다.
시간이 남아서 혼자 프라하 성을 다시 가보았다. 성 근처에 크랄로브스카 정원(Královská zahrada)이 있다.
이 정원은 16세기에 지어진 이 정원은 이태리 르네상스 양식을 참조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체코는 보헤미아 왕국이 무너지고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에 잠깐 넘어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정원이나 공원 같은 곳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다. 너무 인공적인 느낌이랄까 자연 그대로의 것을 더 선호한다. 그것보다 더워 뒤지는 줄 알았다.
딱히 할 말이 없다 더워 죽겠다는 말 밖에
옷을 진짜 잘못 챙겨 온 듯하다
근위병들이 각 문마다 지키고 있다.
아래에 보면 분수대 속 동전들이 좀 보인다.
근위병 유니폼이 아주 잘 어울리신다.
화장실이 좀 가고 싶었는데, 돈 쓰기에는 좀 그렇고 빠르게 이동하고자 했다.
한 30분을 걸어 내려와서 숙소로 향했다.
기왕 가는 거 동선도 아낄 겸 까를교 전망대 옆 성당에 들어가 봤다. 여기는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만든 가톨릭교회라고 한다. 또 기도 합니다. 사랑은 잘 모르겠으나 올해 학위 꼭 따게 해 주십시오.
숙소에서 샤워하고 저녁 먹으러 나왔다. 어제 갔던 한식당 "ㅈㅂ"의 맛이 잊히질 않아 다시 왔다.
오늘은 사천 짜장을 먹어보자.
이때까지만 해도 귀 내부 압력이 안 돌아왔다. 급성중이염이
아니 술을 며칠 내내 마시는 거지 진짜 내 간 우짬
이라고 말하기에는 흑맥주 맛이 괜찮았다.
매콤하니 간이 잘 맞아서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사실 돈이 좀 아까운 것도 있었는데, 유럽에서는 이 정도 가격은 일반적인 거지.
밥 먹고 숙소로 복귀하니 두번째날 성에 같이 갔던 여자분께서 야경보러가자고 그러셨다. 이분 이거 내가 찍은 사진이 맘에 드신거구나. 잠깐 나갔는데도 130장 정도 찍어드렸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인사 드립니다.
그리고 체코 여행이 끝나고 3일 뒤에 동행인에게 연락이 왔다. 카톡 오류로 사진이 다 죽었단다, 그런데 다시 보내드리니 이모티콘을 선물해주셨다.
매번 이모티콘 좀 쓰라고 선물을 받았는데, 죄다 무슨 헬창 같은 것들만 받아서 그런가 이 분이 안쓰러웠는지 좀 색다른걸로 골라 선물해 주셨다. 그럼에도 또 곰샛기를 보내 주셨길래 도발이냐는 의미로 여쭤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도발이 맞는 것 같다.
오늘은 Potluck 파티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늘도 진짜 술 마시면 술병 날 것 같다.
그렇게 4번째 체코의 밤이 졌다.
3줄 요약
1. 버킷리스트 드롭 더 피그 인 더 스카이를 진행했다.
2. 공수부대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고생할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3. 지루했던 체코 여행에 활기가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