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년서원 May 11. 2024

메모글이 하고 싶었던 말들

너 지금 거기서 평안하니?

어느 날, 시시하고 콜콜한 메모들이 말을 걸어왔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감정이건 한 번씩 두루 정리해야 할 때가 있다

맘먹고 할 때도 있고 예기치 않게 할 때도 있다

인생에도 시즌이 있어 지금처럼 한번 털고 넘어가야 할 때가 있다

생애주기별 감정털이가 나이 60에 또 한 번 돌아왔다

그래야 60 그 너머의 평화로운 시간을 유영할 수 있다.

꺼내보기 쉽지 않고 고통스럽지만 자유로운 영혼으로 가자면 거치고 가야 할 준엄한 의식이다



매사에 느긋하고 무던 했던 사람이기에  감정의 굽이굽이를 잘 넘어왔다

나는 지금 완만한 60으로 가고 있으며  환갑이라는 문턱을 넘는 중이다

인생의 반 이상의 지점에 오고 보니 후회도 많다

그때 이랬으면 지금 어땠을까 하는 후회족이다

좀 더 솔직하게 감정표현하고 살았더라면 지금쯤 훨씬 포시럽게 살고 있지 않을까 본전생각 간절하다

본전 두둑했던 내 젊은 날의 밑천이 빈지갑으로 돌아왔다

불공정거래 영수증만 잔뜩 지갑을 채웠고 누구 하나 관심도 없는 메모글이 문갑 속 노트에 빼곡하다



메모는 내가 나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었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였고 위로였고 심리적 알사탕이었다

아온 시간만큼 낙서가 쌓였다. 소멸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구조요청한 절대자를 향한 SOS였다.  나는 낙서로 스스로를 구해내었고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존재한다


하루에 하루를 더하니 세월은 가더라.

다만, 싱그러웠던 내 청춘의 시간도 같이 가버린 것이 좀 서운할 뿐이다

돌아보면 마음 아픈 우리 시대의 삽화는 그랬다

내 청춘이 흘러간 곳에는 시대적 요구가 절실했고 왜냐고 묻지 않고 기꺼이 내주었다

그런 세상을 살다 온 현지인으로서 어렵고 힘든 시절 아주었다는 칭찬은 없고 또 이렇게 웃고픈 선물을 준다

그 어설펐던 사연들을 낭만이라 포장해서 추억창고로 보내게 다는것!

진짜 남는 게 없는 불공정거래 아닌가

나의 70엔 그런 부당거래는 사절이다


감정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았다

찌질하게 물고 늘어질 것까지는 없었건만 과몰입으로 점입가경이다 여기서 stop!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들과 졸업하려 하다가 되려 인질이 되어버렸다

낙서는 내 삶의 흔적이며 증명이었음을 어렵게 고백한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도 낙서는 유효했으리라


'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 석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나는 나의 70 이 설레는 한 사람이다

그때 그랬으면 하면 미련들과 졸업하며 나를 살린 지난날의 낙서들을 덮으려 한다

지난 삶에 화답이 닿을까

그렇게 버티게 해 줘서 지금의 나 여기서 잘살고 있노라고 전한다

지금 아주 평안하다고...

지금도 나의 낙서는 끝나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다











이전 01화 지금 어느 나이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