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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년서원 May 25. 2024

너무도 기다린 이 시간

나는 지금 완만한 능선을 지나는 중입니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유고시집 -


진 세월 가고

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P15 '옛날의 그 집'이라는 문장의 맨 마지막 구간이다


벌써 오래전 일이다

처음 이 책을 만나고 제목 만으로도 나는 위로가 되었고 내가 마음으로 늘 갈망하던 한 줄과 너무도 닮아 있어 눈물이 왈칵했었다

유고집이 갓 나왔을 때 그 책을 들고 내 마음속으로 난 오솔길로 무작정 내달렸었다

울면서 도착한 오솔길의 끝에는 12폭 치마의 엄마품이 넉넉히 나를 품어주었다

'옛날의 그 집'이었다


나는 의도치 않게 19년 동안이나 자영업에 종사했던 사람이다

심지어 요식업에서 식당을...

그때는 식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던 시절이다  

자칭 타칭으로 업장이 두꺼운 사람만이 전생업장을 닦아내기 위한 대의명분을 삼고 천일기도처럼 기꺼이 지켜내던 그런 시절이었다


시댁의 가업을 내 의사와 하등 상관없이 물려받아 선대를 이어 반백년을 유지하며 젊은 날을 버텨내고 할 말이 없을 수가 있나?

그런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튕겨나가지 않고 해낸 건 물론 책임감에서 오는 내 선택의 결과이고 이유 없는 묻지 마 채무였기 때문이었다


누구에게나 젊음은 있다

 젊은 날들이 저마다 불꽃같았을까?

나이가 60쯤 되니 순간순간 마음이란 것이 파노라마같이 왔다 갔다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어떤 카피라이트의 신박한 관념에 마음을 내주며 희망고문한 적이 있었다

마음이 늙는 걸 시인했거나 모범되게 보이는 사람은 드물지만 마음도 분명히 늙는다는 사실!


마음이 변한다고 해야 맞겠지만 몸과 마음이 조화롭게 같이 가야 함이 마땅하고 그것이야말로 바람직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몸 따로 마음 따로는 한복 저고리에 쫄바지를 입은 듯 낯부끄러운 꼴이 아닐까 싶은 게 나의 시선이다

잘 늙어가는 것도 충분히 멋진 일이라는 것에 내가 롤모델이 될 순 없겠지만 노력하는 사람인건 맞다


나는 젊어서 멋진 어른이 되고 싶기 도전에 지쳐 빨리 늙고 싶다고 소망했었다

어서어서 시간이 가주어 등짐을 내려놓고 비록 늙은 노인이 될지라도 편해지고 싶었다

푸념과 불만이 변질되어 나의 미래를 함부로 대했다는 게 지금의 반성이다

삶이 버겁고 고단하여 여과 없이 튀어나온 발언들이 철없던 젊은 날의 삽화처럼 남아있다 요즘은 그랬던 마음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다독이는 중이다


억지 부리는 아이처럼 떼를 써봐도 사탕은 생기지 않았고 결국 스스로 '툭툭' 손 털고 일어나야 했던 재미없던 시간들이 애잖하게 밀려올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기 연민!

나만 그럴까? 수많은 나 닮은 마음들에게 관심과 위로를 보낸다


세월도 갔고 철이라는 것도 좀 생겨나서 인생을 다시 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의 70이 설렌다.'라는 나만의 최종 목적지를 정하였고  지금은 그곳으로 휘파람을 불어주는 중이다

아마도 70은 나의 인생여정에서 마지막 티켓팅이지 않을까?

슬로건은 '지금 당장 나를 구하라!'  하는 스스로에게 주는 특명이다


삶에는 왕도가 없고 사람들은 대부분 플랜 없이 어제 하던 일을 오늘도 하며 살아간다

내 삶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지만 한순간 훅 들어온 마음하나가 있었다

때를 기다렸다고나 할까?

60이라는 변곡점을 지나면서 새로운 공부를 매일 조금씩 하고 있다

인생 공식이 이제야 나에게도 후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늦게나마 고맙고 반갑다

내 몫은 지금부터 챙기고 남긴다

올 일은 올 것이고 해야 할 일은 하게 된다

인생총량의 법칙 인정!


매주 토요일을 하루를 잡아 나를 다독인다

글을 쓰며 나를 알아가고 나와의 대화를 한다

내 안의 내가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답을 주기 시작했고 횟수를 거듭할수록 마음 깊은 곳으로 이방인을 들여준다

시간이 오고 가며 흔적을 남겨 예기치 못한 좋은 일들이 줄줄이 생긴다면 나의 70은 충만하겠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70만 같아라! 라며 만족할  날들을 위해 나의 하루를 기꺼이 헌납한다

그때 가서 물어볼 한마디를 책상 앞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는다


"나는 언제 불꽃처럼 타 몰랐던가?"

그에 대한 답은 10년 뒤에 꼭 남겨보겠습니다


오늘도 잔가지 꺾어 불쏘시게로 하루라는 그릇을 빚는다

활활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어 남은 여생도 유유히 태울 수 있는 여력을 만드는 일상으로 뉴턴한다


삶이 버거워 마음이 미리 늙어버린 나에게 노년과 유년의 순수함을 다시 선물함에 넣어 타임캡슐로 봉하고 뒤돌아 선다

나는 설렌다 나의 70이! 


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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