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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백년서원
Jun 08. 2024
하루는 인생의 어느 날
내 나이 줄 세우기
나의 삶은 늘 애틋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더욱 밀도 있게 다가왔다
바야흐로
나이가 주는 사유의 시간이 온 것이다
나이를 잊은 어떤 부류는 정색을 하고 외면을 한다
"
내 나이가 뭐 어때서!"
"
그냥 사는 데까지 살다 가는 거지. 뭐 대단한 거 있을라고
!"
"
용빼는 재주 있어? 팔자대로 사는 거지 별스럽게 유난은..."
나도
물리적 나이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의 나이
어른된 마음
떠나간 자리도 아름답게 하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스스로 갖고 싶을 뿐이다
그날그날 마음에 들어앉는 글귀가 있다
어떨 땐 단어가 되기도 하고 어떨 땐 문장이 되기도 한다
물건도 사람도 책 속의 글도 모두 인연 따라 들어온다
어느 날
나태주 님의 글이 산책길에서 들어왔다
'
하늘 아래 내가 받은 선물은 오늘입니다'
퍼 나르는
sns에서도 보았고 책에서도 익혀 알지만 여여로이 걷는 공원 산책로에서 만난 글귀는 또 다른 물음표로 다가왔다
두 발은 걷고 있고 머리는 사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이 주는 선물이다
사실은 마음 정하기에 따라 선물 아
닌
것이 없다
알몸으로 태어나서 이미 많은 것을 선물 받은 삶을 살고 있다
예전에 나는 한 톨 흔적도 남기지 말고 기꺼이 살다가 미금처럼 홀연히 사라지는 게 소신이고 인생철학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어찌 먼지조차 남기지 않을 수가 있나 싶다가도 토 달지 말고 그런 마음으로 살자고 마음 굳혔었다
그럼에도
나는 인생의 어느 날 글을 쓰고 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삶에 절대적으로 반하는 행위가 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단지 나의 삶에 좀 더 깊게 관여해보고 싶은 친절한(?) 마음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지각변동이랄까 삶의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다
노트에 태어난 해부터 80세가 되는 연도까지 쭉 줄을 세워보았다
1965
1966
ㆍ
ㆍ
10년 단위로 줄을 긋고 나눠서 시각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랬더니 한눈에 확 들어오는 나의 남은 시간!
이미 써버린 시간의 범위가 길게 자리 잡혀있고 큰 단위로 70과 80이 남아있는데 범위가 짧다
삶의 여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겠는가
생각해 보라
통장
잔고가 넉넉하다면 삶이 즐겁고 걱정이 없다
써
도
써
도 줄지 않고 어디서 던 수입이 유입이 된다면 영원히 잔고는 줄지 않겠지만 우리 유한한 삶은 어디 그런가?
어디다 갈라 붙이기도 모자란 잔고를 가졌다면 어디에다 무엇을 어떻게 뜻있게 쓸지 지출 목록을 정확하게 정해야 그때 그럴걸 하는 아쉬운 마음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가닿자 뇌리에 번개가 쳤다
움찔해졌다
가난한 시간의 잔고를 메울 방법은 없다
자신의 위치를 연대별로 나열해보지 않고는 실감을 내어 볼 수가 없다
헛된 삶도 쌓이고 의미 있는 삶도 쌓여서 인생이다
살면서 자신의 위치를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에 한 번쯤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종이에 수기로 작성하는 수고를 해보자
적어보는 순간 진정한 삶의 애착이 들어올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나처럼 괘도 수정은 가능할 것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통장 잔고를 한 번씩 자주 열어보시길...
70 이후의 삶은 덤이라고 생각되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다
생체나이 80이면 존재감을 나타내기보다는 어딘가에서 소일하며 해바라기 하는 나이일 것이다
물론 오차범위는 충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70까지는 생각의 키, 마음의 키가 성장할 수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나의 성장판은 아직도 열려있고 70까지는 무난하다
생각한 대로~
마음먹은 대로~
이제부터는 살아가는 날들이 즐거워야 한다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 가라 하지만 나는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사는 쪽으로 정했다
인생의 어느 날 홀연히 가더라도 그 전날까지는 이렇게 오늘 먹은 마음 그대로 산책하듯 갈 것이다
나의 오늘은 60이라는 흔들림 없는 철학 위에 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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