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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등교사 윤수정 Apr 04. 2024

고1 아들 공개수업  참관기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아들 녀석 학교에서 공개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마침 아들의 학교가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어 잠시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또 교과 시간도 연속으로 들어 있어서 충분히 다녀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아들의 학교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지난번 학부모 총회가 있었지만 바쁜 일로 참석을 못 했습니다.


공개 수업도 수업이지만 아들 녀석 모습을 본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쁩니다. 꼬꼬마 같았던 아들이 이제는 제 키를 훌쩍 넘었습니다.


조그만했던 손도, 작았던 발도 다 커졌습니다. 가끔씩 아들 녀석의 손과 신발을 볼 때면 '우리 아들이 정말 컸구나!' 하며 세월의 흐름을 여실히 느끼곤 합니다.


학교 교문을 넘어 아들 녀석의 교실로 향했습니다. 조용합니다. 고등학교라서 그런지 학부모들이 뜨문뜨문 보입니다.


살금살금 복도를 지나 아들 녀석이 공부하는 교실에 도착했습니다. 뒷문 창문 너머로 여기저기 바삐 눈을 돌렸습니다. 얼마지 않아 낯익은 등짝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우리 아들 저기 있다.'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저 밖에 온 엄마가 없어서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복도에서 한참을 서서 아들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냥 잘 자라 준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공부를 특출 나게 잘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저는 감사합니다. 무탈히 학교 잘 다니고 스스로 자기 할 일 해나가고 건강한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복도 한편에 세워진 사물함 속에서 아들 녀석 이름 석 자를 찾았습니다. 아들인 양 사물함을 한 번 어루만졌습니다. 열어보니 나름 깔끔합니다.



아들 녀석이 오갔을 복도도 사진에 담았습니다. 시간을 보니 2분 후면 쉬는 시간입니다. '아들 녀석에게 아는 척하고 갈까?' 싶었지만 오히려 좋은 소리 못 들을 것만 같았습니다.



'엄마만 혼자 와서 교실 기웃거렸다.'면서 성을 낼 것 같아 종이 울리기 전 얼른 빠져나왔습니다. 바쁜 엄마지만 매 순간 아들 녀석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훗날 이 어미 마음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가 바쁘지만 시간을 내어 나를 보러 왔었다. 기억만 해 주어도 감사할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잠시지만 아들 녀석을 보고 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제가 아들의 울타리가 되었다면 요즘은 아들 녀석이 제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엄마, 건강 챙기세요.
엄마, 이런 것 조심하세요.



굵직한 목소리로 어린아이 다루듯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는 아들 녀석입니다. 마지못해 "알았다. 고맙다." 하며 아이의 말을 듣는 척합니다.


사실 저는 다 큰듯하지만 아직도 제 눈에는 물가에 내놓은 애처럼 걱정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아들 녀석이 어른이 되어도 그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아들, 정말 사랑한다.



학교를 나오면서 가족 카톡 방에 제가 왔다는 흔적을 남긴 사진 몇 장을 올려두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꾸준히 하면 된다.
항상 사랑한다.

© gaberce, 출처 Unsplash



#아들, #항상 사랑해, #고등학교 공개수업, #바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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