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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Apr 21. 2023

캐나다에서 일 구하기

스타벅스 취업 완료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47일 차


캐나다에 온 지 한 달 반 정도가 돼서야 첫 메인잡 출근을 시작했다.


이력서를 돌린 건 2월 중순에서 말로 넘어가던 즈음.

온라인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곳은 다 지원을 하고

웬만한 눈에 보이는 가게들은 전부 들어가 ( 내 눈에 만만해 보이는 곳들만..^^)

"Hi, I'm looking for a job, Are you hiring now?"

100번은 내뱉었을 저 문장을 기계에서 뽑아내듯이 오늘도 내 목에서 뽑아 올린다.


처음에만 좀 떨리지 계속하다 보면 그냥 문 박차고 들어가서

냅다 암룩킹폴어좝 얼유하이어링나우? 를 외치고 있다.

그렇게 몇 번 하다보면 자신감이 붙는 법.


딱 보기에도 팬시해 보이고 사람도 엄청 많아 보이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냥 구석에 처박혀 있는 일반 스타벅스에서도 나를 뽑아줄까 말까 할 거 같은데

이런 다운타운 중심에, 누가 봐도 현지인은 물론이거니와 관광객도 많을 것 같은

리저브 매장에서 나를 고용해 줄리는 만무하겠지..?


손에 남은 이력서는 딱 2장. 

빨리 해치우고 그냥 집으로 가고 싶어서

무슨 자신감이 어디서 생겼는지 리저브 매장에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보통은 문을 열고 들어가서 열 발자국 내외면 카운터에 닿을 수 있어서

들어서자마자 '암룩킹폴어좝'을 끌어올릴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따 준비를 3~4번은 할 수 있을 정도로 주문하는 곳이 멀~다.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사람 구하냐고 물어보니 

"이력서 킾 해놨다가 매니저한테 전달해 줄게. 근데 우리는 온라인으로 지원을 받고 있어서

온라인으로 지원 한 번 더 해줘야 해. 매장번호 알려줄 테니까 그 매장번호 검색해서 지원해 줘."

라는 꽤나 호의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워홀 가서 이력서 발품 팔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렇게 대답해 주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아니 우리 안 구해."

"구하는지 모르겠는데 매니저한테 전달은 해줄게."

"우린 온라인으로만 받아."

등등 여러 세미거절(?) 답변들이 있다.


집에 와서 온라인으로 지원하는 김에 집이랑 가까운 다른 스타벅스도 지원했다.

그러고 일주일 뒤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고

"ewf~!@#4~ 스타벅스인데 아직 일 구하니?"

"응 구해!"

"오픈이랑 마감 둘 다 가능해?"

"응 가능해!"

"그럼 면접을 보고 싶은데.. 음 보자.. 다음 주 토요일 괜찮아?"

"응 괜찮아!"

"좋아 그럼 오후 2시까지 매장으로 와주면 될 거 같아."

"응 근데 미안한데 혹시 너네 매장 주소 좀 메일로 보내줄 수 있을까?"

"그럼 그럼. 이력서에 적힌 메일로 보내면 되지? 그럼 토요일에 봐."


처음에 어디 스타벅스인지 캐치하지 못해서 

다시 물어봤자 정확히 어디 스벅인지 못 알아들을 것 같았기에

확실한 방법인 메일로 달라고 했다.

지원한 스벅이 4~5개 이상이라서요...ㅎㅎ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메일은 오지 않았고

스팸메일함도, 문자메세지함도 텅텅 비어있다.

메일 주소가 네이버라 뭐가 문제가 있나? 구글 메일로 바꿔야 하나..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길래 

다시 전화해서 물어봐야 하나 하고 통화목록을 뒤지는데 

보통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이게 어디서 걸려오는 전화인지 지역이름 같은 게 밑에 같이 뜨는데

스벅에서 걸려온 전화에는 'S0000'이라는 알파벳과 숫자가 적혀있는 거다.

앞에 S는 누가 봐도 스타벅스의 S인 것 같고,

뒤에 번호는 혹시 매장번호인가? 

하고 스벅 홈페이지에 들어가 내가 지원한 매장 중 같은 번호가 있는지 찾아봤더니

리저브 매장이었던 거다.

와우 리저브 매장 면접 보는 기회조차 저는 감사한걸요.


그런데 문제는 면접 날짜가 너무 늦다는 것.

다음 주긴 하지만 월, 화요일쯤에 걸려온 전화여서 10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그전에 나는 트라이얼 보는 곳도 있고, 더 빠른 면접일자를 잡아놓은 카페들도 있고,

결과를 기다리는 곳도 있어서

사실상 먼저 채용해 준다는 곳이 있으면 바로 들어가야 하는 재정상황이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스벅 면접이 다가오기 전에 

그랜빌 아일랜드 쪽에 있는 베이커리 매장에 페스트리 쉐프로 트라이얼을 보았고

바로 당일에 나를 고용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캐나다에서 페스트리 쉐프로 일해보는 것도 꽤나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고,

다운타운보다는 집에서 가까웠으며, 새벽 5시 출근이라 풀타임 근무를 해도

점심쯤에 퇴근이라 세컨잡을 구하기도 쉬울 것 같았다.

그보다 메리트가 있었던 건 시급이 무려 20불.

밴쿠버가 속해있는 BC주의 최저시급은 15.56 불이다.

역시 기술직은 어딜 가든.. 최고야..

그리고 3개월 뒤에는 업무능력 평가 후 인상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회사에서 메일로 날아온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내 신넘버와 워크퍼밋을 제출하고, 은행 정보도 알려주었다.

그리고 첫 출근하기 3일 전, 매니저에게 2주 치의 스케줄표를 전달받았고 첫 출근을 할 생각에 들떠있던 찰나.


스케줄표를 전달받은 지 4시간이 채 안되어 회사에서 또 다른 메일 하나가 날아와있다.

대충 읽어보아도 

'Unfortunately~', 'Sorry~' 등등의 불길한 예감만 하게 만드는 단어들이 보인다.

메일의 정확한 내용은 이거였다.


'불행하게도, 아무래도 우리 너의 고용을 취소해야 할 것 같아. 사실 우리 회사는 몇 달 전부터 직원들 급여 지급에 문제가 있었어. 그래서 회사 윗선에서 직원들의 시간을 줄이라는 말이 내려오고 있어.

지금은 함께하지 못 하지만 나중에 팀원이 필요해지면 너에게 제일 먼저 알려줄게. 미안해.'


.......

이게 뭔가요..?


그럼 진작에 왜 사람을 고용한다고 사이트에 올려놓은 걸까?

계약서란 계약서에는 사인을 다 시켜놔서 따지면 안 될까 했지만,

이런...

계약서 적은 날짜를 일 시작하는 날짜로 적어놔서 계약서 효력이 생기기 전이다.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전화를 받은 직원은 자기가 인사 담당이 아니라 모르겠고,

너랑 연락하던 라이언은 이미 퇴근하고 없으니 월요일 아침에 다시 연락해 보란다.

그래서 이번엔 베이커리 매장에 전화해서 

"거기 스테파니(매니저) 있니?"

"방금 퇴근했어."

"아 그래.."


솔직히 "이게 뭐야???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잠시 생각해 보니... 그래 이미 얘네들은 나를 고용 안 하기로 결정을 하고

메일을 보낸 걸 텐데 내가 "왜 나 고용취소했어?! 다시 채용해 줘!"라고 한들

다시 채용을 해줄 리가 없지.

그럼 괜히 전화해 봤자지...


스타벅스 면접 준비나 열심히 해야겠다.

인터넷에서 '스타벅스 워홀'을 검색하고 해외 스타벅스 일한 분들의 블로그를 

하나하나 다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아낸 면접 정보로 예상 답안을 아이패드에 적어서

생각날 때마다 보면서 달달 외웠다.







면접 당일


매니저 한 명과 매니저 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람이랑 2대 1 면접을 봤다.

질문에서 물어본 건


1. 일을 여러 포지션에서 했는데 이렇게 많이 이동한 이유는?

2. 커스터머 서비스란 뭐라고 생각하니?

3. 네가 만난 최고의 고객과 최악의 고객 유형을 말해줄래?

4. 그 최악의 고객을 지금의 네가 다시 마주한다면 너는 어떻게 대처를 할 거야?

5. 고객과의 트러블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 거야?

6.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는 뭐야?

7. 오픈시간이 이른 새벽이라 직원들은 더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괜찮니?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질문이 더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지금 생각나는 건 저 정도뿐이다.

중간중간에 동문서답한 느낌도 들었고, 준비한 답변이 생각이 나질 않아 말문이 막혀

한 문장도 건너뛰고 말해 버렸다.

그래서 '아.. 망했네..' 싶었다.

보통 '면접 결과 지금 들을래? 아니면 일주일 뒤에 전화로 알려줄까?'

라고 묻는다길래 나는 바로 들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면접 결과는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붙으면 월요일까지 연락 줄게."

라고 해서 김 새버림.ㅋㅋㅋㅋ

보니까 나 말고도 하루 날 잡고 면접을 계속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다시 인디드에 들어가서 일 알아봐야지..

하고 있는데 월요일에 전화가 왔다.


"우리 너 채용하고 싶은데, 아무 시간대나 다 가능하다고 했지?"

"응!!"


그렇게 매장에서 다시 보내준 이메일 링크를 타고 들어가 

계약서를 작성했다.

드디어 취업...!! ㅠㅠ

감격스러워...

근데 일 시작하는 날짜가 3주 뒤다.

세상에 3주나 쉬라고 하면 저는 안 그래도 한 달을 쉬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전에 디시워셔든 아무거나 일 잡아서 월세라도 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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