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간호에 대해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LCH-XOyokXU? si=SPDd1 IhPfzCGbBl3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아프거나 뭔가 문제가 있거나 약자가 됐을 때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악독(^^;;;;)하게 구는 분들이 있습니다. 영화나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어떤 다큐나 이런 데서는 장애나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오로지 약자로서 표현하곤 하지만, 실제로 병간호를 해보면, 쉽게 만족하지도 않고, 의사를 비방한다거나, 시도 때도 없이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는 등, 온갖 부정적인 말로 주변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는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떤 상황을 설명하는 걸 선호하지 않으나 사연이 너무 와닿아서 굳이 제 개인 사정을 말씀드리자면, 저도 부친을 5년 이상 안과, 내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피부과 심지어 비뇨기과까지 온갖 병원을 데리고 다녔지만, 한 번도 고맙다거나 좋은 병원을 잘 찾았다는 등의 말을 들은 적이 없으며, 참다 못해 제가 그만두려고 하는 지점에서나 <수고했다~> 한 마디도 듣기가 불가능한 정도입니다. 지금도 거의 매일같이 전화해서 신체 온갖 군데가 아프다고 하고 있고, 늘 의사에 대해 불만이며, 혹시라도 제가 병원 예약에 늦거나 기다리게 하면 전화로 악담을 하거나 고함을 지릅니다. ^^;;;;;;
그리고 부친을 데리고 병원에 가면, 아픈 부모나 자녀들이 동행한 자녀나 부모에게 고마워하기도 하지만 짜증을 내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를 생각보다 많이 봤으며, 이런 모습을 본 뒤로는, 누구에게 병간호에 대해 쉽게 말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게다가 사람은 누구나 아프게 되면 자연스럽게 짜증이 늘고 부정적인 감정에 잘 사로잡히기 때문에, 스스로도 그러지 않으려고 하나 잘 안 되는 것도 알게 돼서, 그려려니 하는 부분도 있고요.
저는 어려서부터 부친의 저와 맞지 않는 이상 성격(^^;;;;)으로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아주 극심한 갈등을 겪고, 심지어 이제는 사망한 모친의 요청으로, 대학 입학 때부터 슬슬 독립을 시도하다가 결국 졸업하고는 완전히 독립해서 경제적으로 의지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부친이 온갖 말을 해도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는 정도가 됐으나,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부친이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거나 등등, 선을 넘는 발언을 하곤 합니다만, 그것도 저는 그려려니 합니다.
지난번에 부친이 카드를 잃어버려서 해결하려고 은행에 전화를 했더니 <부친과 함께 사냐, 어쩌냐> 개인적인 말을 하길래 <상담원은 부모님과 함께 사냐>고 하니까 <산다>고 해서, <몇 살이길래 아직도 부모랑 같이 사냐, 30살 넘은 거 같은데 그 나이면 독립하는 게 맞는 거다>라고 하니까 상담원이 아무 말 못 하더군요. 원래 인간은 자기가 사는 방식이 옳다는 생각을 하기가 쉬워서 잘 모르고 말을 하니까, 남이 하는 말은 그려려니 하시면 됩니다. ^^ 이 문제 말고도 모친 요청으로 제가 해결한 부친 문제가 많으나, 여기에 제 사연 남길 것도 아닌 거 같고요.
여하튼, 일반적으로는 약자의 위치가 되면 도와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지만, 막상 자신이 약자의 지위가 되면 도와주는 사람이 떠날 것이라는 극한의 두려움 때문에 도와주는 사람의 약점이나 죄책감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그리고 인간은 결국 다 늙고 병들고 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을 돕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일종의 <업보>로 자신도 늙고 병들었을 때 아무도 돌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근본적인 두려움을 그들이 건드리므로, 굴레처럼 속박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속박되는 걸 알면 그들은 더 집요하게 그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에, 저는 항상 이런 경우에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부담하라고 의견을 드립니다. 지금은 60세니까 상담자 본인도 나름 건강해서 남편을 돌보는 것이지, 5년이나 10년 후에 본인도 건강하다는 장담도 할 수 없으므로, 만약 본인이 남편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건강을 유실할 경우, 그러나 자녀들이 막상 건강을 유실한 본인과 남편을 돌보지 않을 경우,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기 때문에,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금 스님이 말씀하시는 건 부인이 남편을 돌보지 않으면 자녀들이 어떻게 보겠냐는 것인데, 그 자녀들이 상담자 본인과 남편이 모두 병석에 누웠을 때 지금 상담자가 남편을 돌본 모습을 상기하면서 부모를 돌볼 가능성이 저는 크지 않다고 보는 게, 그럴 거면 이미 자녀들이 아픈 남편도 부모로서 번갈아 돌보고 있을 것이라, 혹여나 그 기대를 갖고서 남편을 돌보는 거라면 저는 그건 아니라고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모나 자녀나 형제나 돌볼 사람은 돌보고 아파 죽는다고 난리 쳐도 안 돌볼 사람은 안 돌봅니다. 이 돌봄 문제가 사회의 영역으로 이관되는 중이라, 여기저기 다양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