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희태 Dec 31. 2022

훌륭한 선배는 000를 알려준다.

[독] 10 : 인생은 실전이다.

암묵지 : 학습과 경험을 통하여 개인에게 체화(體化) 되어 있지만 말이나 글 등의 형식을 갖추어 표현할 수 없는 지식.     


차를 운전할 때 엑셀을 어느 정도 밟아야 하는지 교차로에서 어느 방향으로 몇 번씩 확인하며 지나가야 하는지 핸들은 얼마나 꺾어야 하는지 완벽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수많은 운전 경험을 통해 상황에 맞게 감각적으로 행하게 된다. 운전법은 개개인마다 알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한 조직에서 일을 할 때도 흔히 노하우라 불리는 것들이 있다. 의식하며 행하기 보다 경험을 통해 몸에 배어있는 것들암묵지라 칭한다.      


암묵적인 룰의 “암묵”을 생각하면 더 쉽게 개념이 와닿는다. 이 암묵지를 센스, 감각적 영역 정도로 칭해도 좋겠다. 좋은 사수라면 보고서, 업무 매뉴얼 같은 일반적인 지식을 넘어 ‘암묵지’를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암묵지는 직접 소통이 아니면 전달되기 힘들다. 연차가 있다면 대부분 업무에 있어서 디테일이 산다.    


"좋은 사수라면 일반적인 지식을 넘어
 '암묵지'에 관해 설명해 주고자 노력해야한다."


이러한 암묵지(노하우, 센스, 감각적 영역, 디테일)은 상급자가 더 많이 알고 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그 상급자도 예전에는 막내고 후배였다. 혼나면서 배우고 혼나지 않기 위해 혼자 끙끙대며 얻은 지식과 경험들이 쌓여 자신만의 암묵지를 본인도 모르게 얻는다.  그리고 훌륭한 사수(선배)라면 후임자에게 암무지를 설명해 줄 수 있어야한다.    




암묵지의 "한계"


위대한 발명품 문자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런 암묵지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본다. 인류 역사상 위대한 발명품이라 꼽히는 문자, 문명이 발전한 이유는 문자의 발명과 기록의 힘이다. 과거부터 지식을 축적해 전하고 축적하고 전하고 축적한다. 그에 반해 말에서 말로 전하는 과정은 정보의 손실과 변형이라는 한계가 명확하다.


간의 뇌는 인지 및 저장 능력이 무한하지 않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되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 시장에 가면 게임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게다가 소문이 와전되는 과정을 떠올리면 정보의 변형이 너무나도 쉽게 발생한다. 이러한 특성을 인지하고 있기에 우리는 타인의 말을 잘 믿지 않는다. 암묵지의 정의 자체가 말이나 글의 형식을 갖추어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이기에 개인이 스스로 체화했는데 이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기 힘들다.



최초 습득자의 암묵지는 중간 과정 없이 후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암묵지의 한계를 조금 풀어써보았다. 어떤 암묵지의 최초 습득자 A가 있다. 이 A는 자신의 후배 B와 C에게 자신이 습득한 암묵지를 알려준다. 시간이 지나 A는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B와 C는 선배가 되어 각자 후배들에게 A가 알려준 암묵지와 자신들이 직접 체득한 암묵지를 전파한다. 이런 방식이라면 A의 암묵지는 계속해서 전해질 것이다. 그러나, 과연 A가 알려준 암묵지가 온전히 전파될까? B와 C가 동일 인물이 아닌 이상 A의 암묵지는 다르게 해석되고 다르게 전파된다.      


나 역시 군대에서 분대장(분대를 지휘. 통제하는 군인)을 맡고 선임 라인에 접어들었을 때 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배우고 일할 때 디테일하게 신경 쓰는 부분들을 퍼트리지는 못했다.(군대에서 뭘 배울 게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웬만하면 항상 배우자"라는 생각을 가진 나에게 그동안의 삶과 다른 환경이 펼쳐진 군대는 배울 거 투성이었다.) 위 예시처럼 나 역시도 선임에게 배운 암묵지를 바로 밑 후임에게만 전달해 줄 뿐 후에 전역 후 내가 없을 때 들어올 사람들에게 전달해 줄 생각은 안했다. '난 분명 알려줬으니 알아서 하겠지'라고 은연중 생각하며 책임을 전가했다. '군대에서 뭐 알려줄게 있어?'라고 생각하겠지만, 군대보다 작은 규모의 단체들 예를 들어 학교 동아리만 하더라도 암묵지가 분명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암묵지들을 1:1 전달이 아닌 누구나 알게 되는 전파가 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어야 할까?    

  



인수인계서, 암묵지 한계의 해결책           


기록은 기억을 이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생각과 경험을 글로 써내면 된다. 즉, 암묵지를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간단하면서도 많은 시간이 드는 방식은 “인수인계서”이다. 이 인수인계서의 기준은 누구든 인수인계서를 보고 이 업무를 똑같이 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수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정도로 세세하게 인수인계서를 만들려고 한다면 자연스레 암묵지가 많이 녹아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vfkp_SRi0A


인수인계서의 두 가지 장점


1.나를 다시 점검하는 기회

공부를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건 비례하지 않는다. 가르친다는 건 쉬운 개념이라도 완벽히 이해하고 관련된 모든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수인계서도 후대에게 당신의 암묵지를 가르치는 과정이다. 인수인계서를 작성할 때 본인 스스로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다시 점검하고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노하우들을 정리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i8Mo7aZ8bM

아는데 설명을 못한다면 모르는 거다.


2. 원팀을 만든다.

암묵지를 명시적으로 만듬으로서 누구나 이 암묵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팀의 능력은 향상된다. 거기에 후대들도 계속 자신들만의 암묵지를 인수인계서에 추가시킨다면 초심자에게는 보물지도나 다름없으며 팀원들 모두가 더 같은 생각을 하고 한 몸처럼 움직이도록 도와준다. 즉, 팀 자체가 시스템화되어 어떤 일이 발생하면 다들 알아서 척척 움직이게 된다.     



이런 인수인계서를 쓰는 방법은 처음부터 자세 잡고 '몇 시간만에 다 쓰겠어'라며 시작하기 보다 그날 그날 쓰고 싶은 내용을 먼저 쓰는 것으로 시작해 남은 부분들을 채워나가면 긴 호흡으로 작성하는 걸 추천한다. 애초에 인수인계서는 정해진 업무시간 내에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스스로 시간을 쪼개서 만들어야 하는 일이기에 너무 힘을 들이면 시작하기 어렵다.     




인수인계서의 "한계"

단 한 조직을 위해 이러한 인수인계서를 남기는 방식의 한계도 명확하다. 자신의 조직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어야 하며 후대에 남들이 나의 기록을 어떻게 사용하든 감수해야한다. 어쩔 수 없이 인수인계서를 작성해서 남기는 순간 개인의 결과물이 아닌 조직의 결과물이라 생각해야 한다. 또한, 팀원 모두가 팀에 애착을 갖고 이 인수인계서를 발전해 가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렇기에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는 운이 좋았다. 내가 속해있던 군대의 팀을 너무 사랑했고 우리 팀의 중심이었던 간부님이 우리가 잘 뭉치게 해줬다. 무엇보다 전역하는 순간 군대에는 큰 미련이 남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수인계서를 만들었고 부사수에게 넘겨주었다.       

   




암묵지를 인수인계서를 활용해 명시적으로 표현하며 우리는 팀에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책 <<인생은 실전이다>>에서 암묵지는 극히 적은 분량으로 다뤄진다. 그러나 큰 울림을 받았고 위와 같은 생각으로 이어졌다. 좋은 사수로서 암묵지가 소개되었지만, 마찬가지로 유능한 부사수로서 업무의 암묵지를 의식적으로 찾아내려는 노력도 필요하고 생각한다. 수동적 지식 습득이 아닌 능동적 지식 습득이 되었을 때 더 오래 남고 나만의 것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군번이 말하는 군대 격리의 심리학적 특징 3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