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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환 Nov 19. 2024

톱카프 궁전 [1]


톱카프 궁전 (Topkapı Sarayı, Topkapı Place) [1]



이제 부르사를 떠나 이 여행을 시작했던 이스탄불로 들어간다. 튀르키예의 주요 산업시설이 들어선 겜릭 Gemlik의 한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이즈니크 만의 얄로 바(Yalova)주와 게브제(Gebze)시를 연결하는 2,620M 오스만 가지 다리(Osman Gazi Bridge)를 건너 천천히 이스탄불로 향하는 여정이다.



마르마라 해안 Gemlik만 동쪽에 있는 겜릭 항구는 튀르키예의 중요한 수출입 항으로 과거 오스만 해군의 겔리온선을 건조하는 조선소가 세워지며 Gemilik라 부른 도시이다. 과거 고대 그리스 도시, 시우스 Cius라 불렀던 겜릭의 자유무역구역엔 플라스틱, 섬유, 대리석, 화학, 기계, 자동차, 철강, 비료 등을 생산하는 튀르키예 최대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고, O-5 고속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마르마라 해 동부 연안의 산업도시 얄로바 Yalova주의 Altınova 해안에는 선박 건조 및 유지 보수를 할 수 있는 약 30여 개의 조선소가 들어서 있다.



지중해성 기후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사람 살기 좋은 땅 지중해 연안은 일찍이 선사시대부터 고대 인류의 정착지로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며 세력 간 충돌이 빈번했던 인류사적 단층과도 같은 지역이다. Gemlik 동쪽 끝에 있는 이즈니크 호수(İznik Gölü, Lake Isnik)의 길이는 약 32km, 너비는 10km, 최대 깊이는 약 80m의 바다 같은 호수이다. 호수 동쪽 끝 고대 그리스 땅 니케아, 지금의 이즈니크는 325년 제381차 니케아 공의회에서 초기 기독교인들의 올바른 신앙적 교리였던 ‘니케아 신경’을 채택하는 기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사적인 땅이다. 유럽 대륙과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으로 둘러싸인 지중해 연안의 아나톨리아 반도, 가는 곳마다 인류 문명의 역사적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는 땅, 튀르키예를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운 인류 문명의 발자취를 실감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여행이다.

Panoramic view of İznik (ancient Nicaea) with Lake İznik in the background.

 Creative Commons — Attribution-ShareAlike 4.0 International — CC BY-SA 4.0



오스만 가지 다리를 건너 이스탄불 도심으로 진입한다. 쇼핑몰과 상가가 밀집되어 있는 이스탄불 도심 아타셰히르 Ataşehir에 페네르바체 대학교 Fenerbahçe University(FBU) 교사(校舍)가 우뚝 서 있다. 이런 곳에 대학교라? 학교가 있을 위치는 아니지 싶은데, 주거, 사무실, 쇼핑몰, 호텔 등 지상 70층의 복합빌딩, 메트로폴 이스탄불 타워 (Metropol İstanbul Kulesi)와 Palladium AVM, Watergarden AVM, Emaar Square AVM 등 쇼핑몰이 밀집되어 있는 도심 한가운데? 고속도로 O-2, O-4번 고속도로와 이스탄불 순환도로가 교차되고 이어지는 아타세히르는 이스탄불의 아시아 쪽 비즈니스지구로 이스탄불에서 고층 빌딩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The Osman Gazi Bridge

Creative Commons — Attribution-ShareAlike 4.0 International — CC BY-SA 4.0


비잔틴 시대 콘스탄티노플의 지형도. / Creative Commons — Attribution-ShareAlike 3.0 Unported — CC BY-SA 3.0


교통체증이 심각한 편이긴 하나 그럭저럭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도심을 통과한다.  보스포루스 대교를 건너고 금각만(Golden Horn)을 건너는 갈라타 대교를 건너 이스탄불 역사지구로 진입한다. 그렇게 이스탄불 유럽지구 구시가지 칸쿠르타란(Cankurtaran) 지역에 있는, 과거 오스만 제국의 심장부와 같은 톱카프 궁전에 당도한다. 부르사 Efezade Restorant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이곳까지 오는데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톱카프 궁전 Topkapı Sarayı



톱카프 궁전은 보스포루스 해협과 금각만(Golden Horn)이 마르마라 해와 만나는 곶, 구릉지 세라글리오 (Sarayburnu)에 지어진 오스만 제국의 궁전이다. 고대 그리스와 비잔틴 시대에는 방어에 유리한 구릉지 정상에 성곽과 궁전을 지었는데, 고대 그리스 도시 비잔티온의 아크로폴리스(Acropolis)가 이곳에 있었다. 1856년 돌마바흐체 궁전이 지어지기 전까지 오스만 제국의 통치 중심지로 1922년까지 오스만 제국 역대 술탄들과 가족들이 거주지로 사용했던 궁전이다. 1923년 튀르키예 공화국 수립 이후 박물관으로 개조되었으며 약 8만여 점이 넘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Topkapı의 의미는 ‘대포의 문(Cannon Gate)’을 뜻하는 튀르키예어로 과거 문 앞에 대포가 설치되어 있어 ‘톱카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453년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술탄 메흐메드 2세 (Mehmed II)가 건축을 시작한 톱카프 궁전은 현재 이스탄불 대학교가 있는 바야지트 광장 Beyazıt Meydanı의 옛 오스만 궁전과 구별하기 위하여 Yeni Saray 또는 Saray-ı Cedîd-i Âmire라 부르다 19세기에 톱카프 궁전으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1509년 콘스탄티노플 지진에 이어 1665년 화재로 수 세기에 걸쳐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가 이루어졌고, 1856년 술탄 압둘 메지드 (Sultan Abdulmejid)가 새로 지은 돌마바흐체 궁전 (Dolmabahçe Palace)으로 이주할 때까지 과거 오스만 제국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상징과도 같은 역사적인 궁전이다.


Topkapı 궁전 / Creative Commons — Attribution-ShareAlike 3.0 Unported — CC BY-SA 3.0

마르마라 해안에서 톱카프 궁전 입구로 이어지는 구시가지 오르막 골목길 (İshak Paşa Caddesi)을 따라 걷는다. 톱카프 궁전의 성벽을 따라 걷는 특별한 이 느낌, 고성을 따라 옛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주어진 오늘을 살아내느라 정신없이 생활하는 일상에선 참으로 어렵지 싶은 이 느낌을 차곡차곡 마음에 담아 가며 걷는다. 이곳 구시가지에 사는 사람들에겐 그저 일상이겠지만, 유서 깊은 제국의 숨결이 느껴지는 역사적인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조금은 부럽기도 한 톱카프 궁전의 옛 성벽을 따라 이어지는 골목길을 그렇게 걸어 톱카프 궁전 입구에 다다른다.     



톱카프 궁전에 다다르면 좌측으로 아야 소피아 모스크 Ayasofya Camii, 우측으로 방진막을 쳐 놓고 한창 보수작업 중인 톱카프 궁전의 임페리얼 게이트 (İmparatorluk Kapısı, Bâb-ı Hümâyûn)가 보이고 그 가운데 술탄 아흐메트 3세의 분수(Sultan 3. Ahmed Çeşmesi)가 시야에 먼저 들어온다. 이슬람 모스크 앞에는 늘 이런 수도시설(Çeşmesi)이 있는데, 모스크에 들어가기 전 손과 발은 물론 입과 귓구멍까지 씻고 들어가는 이슬람교의 세정 의식에서 비롯된 문화이다.


임페리얼 게이트(Bâb-i Hümâyûn) / https://www.madainproject.com/imperial_gate

톱카프 궁전으로 들어가는 임페리얼 게이트(Bâb-i Hümâyûn)의 제모습을 보지 못하여 아쉽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관광객 방문이 대폭 줄어든 시기를 이용하여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 등 이스탄불 역사지구의 문화재 보수 공사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싶다. 아무튼 임페리얼 게이트는 건축물과 정원이 완성된 후인 1478년 11~12월(이슬람력으로 883AH)에 지어진, 톱카프 궁전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이다. 네 개의 정원과 부속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는 톱카프 궁전의 문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또 다른 모습의 톱카프 궁전을 볼 수 있다 하니 기대를 갖고 첫 번째 문을 통과한다.  


(출처 : httpswww.madainproject.comimperial_gate#gallery-1)




아야 아이린 Aya İrini 동방정교회 교회



톱카프 궁전 임페리얼 게이트를 통과하면 궁전의 첫 번째 안뜰인데, 이 안뜰에는 이스탄불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아야 아이린과 오스만 제국의 조폐국 다르판 이 아미레(Darphane-i Âmire)를 볼 수 있다.


아야 아이린은 콘스탄티우스 3세 때인 532년 완공되기 이전까지 동로마 제국의 동방정교회 총 대주교청 교회로 사용되었으며, 오스만 제국이 19세기까지 무기고로 사용하면서 모스크로 개조되지 않고 남은 유일한 비잔틴 교회이다. 오늘날 아야 아이린은 박물관과 콘서트 홀로 사용되고 있다.




중앙 조폐국 다르판 이 아미레(Darphane-i Âmire)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오스만 제국은 우표와 화폐를 발행하기 위하여 ‘우표 조폐국(Pul Darphanesi)’을 설립하였으며, 1843년 오랜 세월 동안 동로마 주화가 주조되었던 이스탄불에 중앙 조폐국 다르판 이 아미레(Darphane-i Âmire)를 설립한다. 오스만 제국 최초의 화폐 발행은 오스만 가지 시대(1258-1326)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앙 조폐국 설립되기 전까지 여러 지방에서 찍어내던 화폐 발행이 중지되고 이곳에서 오스만 제국 화폐 발행이 일원화된다.



톱카프 궁전 첫 번째 뜰에는 휴게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커피 등 음료와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카페 & 레스토랑 형태의 휴게시설이다. 고고학 박물관(İstanbul Arkeoloji Müzeleri)을 관람하고 톱카프 궁전의 두 번째, 세 번째 안뜰까지 둘러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에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theb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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