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같은 차창너머로 익숙지 않은 낯선 시선이 보였다. 불분명한 시선 안에 퍼지는 눈망울이 넘실거렸다. 아직 밝음과 색채로 구분되지 않은 희미하고 옅은 빛 안에서, 실낱같은 불빛들이 바깥으로 뻗어 나왔다.
나는 지나간 여름 어린 시선들을 마주했다. 맨살 가득 들러붙은 끈적임을 온몸에 담아 좁은 기차 안에 몸을 실었을 때, 마치 초행길을 되짚는 것처럼, 돌아가는 그 길 안에서 땀에 절여진 낯선 표 하나를 여러 번 확인했다. 표를 확인하던 역무원 앞에서 가슴을 졸이면서, 가야 하는 길 내내 길게 늘어진 창 사이로 끊이지 않는 철 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그토록 바래왔던 그 역에 앉아 헛구역질을 해댔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 사이에서 두 귀를 막고, 회색빛 타일 위로 지나가는 수많은 발걸음을 세었다.
전화너머로 입술이 달싹이는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열리는 그 입술 사이로 불투명한 음절들이 뚝뚝 끊겼다. 짧게 단어들 사이를 메우듯 익숙하지 않은 소리들이 남은 한쪽 귀로 흘러들었고, 나는 이리저리 흩어지는 단어들을 들이쉬는 숨 사이로 머금어야만 했다.
그렇게 언젠가, 내쉬는 숨에 섞인 회색 빛 잿덩어리들을 떠올렸다. 그 차가운 숨결이 차창에 부딪혀 흩어질 때마다, 수백 번 지나간 익숙한 풍경 위에 비치는 환영 속으로 두꺼운 철길이 하염없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