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려버린 걸까? 인정받은 걸까?

2025년 2월 12일

by 양동생

오늘, 나는 감자 치아바타를 샀다.


누나는 당직 때 자주 밥을 먹지 못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도, 끼니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나는 그게 마음에 걸렸다. 누나는 배고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좋아하는 빵을 샀다. 쥬르드뱅의 감자 치아바타.


그리고, 오늘도 나는 금요일에 가달라고 다시 한번 요청했다.


누나는 한 번 거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끈질기네. 알겠어."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건 인정받은 걸까? 아니면 질려버린 걸까?


기자가 끈질긴 건 직업적인 특성이다. 답이 나올 때까지 묻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끝까지 밀어붙인다. 누나는 그런 나를 보며 기자가 천직이라고 했다.


그건 칭찬이었을까? 아니면, 너무 집요하다는 뜻이었을까?


언어학자 폴 그라이스의 대화 함축 이론에 따르면, 말은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맥락 속에서 의미가 달라진다. 같은 "알겠어." 라는 말도, 어떤 감정으로 말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뜻이 된다.


"끈질기네. 알겠어." → (진짜 설득됐어.)


"끈질기네. 알겠어." → (너무 졸라서 어쩔 수 없이 들어주는 거야.)


"끈질기네. 알겠어." → (그냥 네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질려서 들어주는 거야.)


이 중에서 누나의 말은 어디에 가까울까?


나는 설득한 걸까, 아니면 그냥 귀찮아진 걸까?


어쩌면 그 경계는 아주 미세할지도 모른다.


누나는 나를 완전히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흔쾌히 받아들인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 상황은 ‘인정’이라기엔 아슬아슬하고, ‘질림’이라기엔 또 너무 모호하다.


나는 원하는 것을 얻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이게 내가 원했던 방식일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것을 계속 요청하는 일은, 때때로 관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요청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도 있다.


나는 오늘, 질려버린 걸까? 인정받은 걸까?


그 답은, 금요일이 오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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