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크록스, 납치, 선물 같은 하루

2025년 2월 13일

by 양동생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초콜릿을 준비했다. 딸기 초콜릿을 만들었고, 청담동에서 유명하다는 물방울 초콜릿도 샀다. 남자가 주는 날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건네는 건 틀린 일이 아닐 것이다.


초콜릿이라는 건 원래 그렇게 시작된 선물이었다. 단순한 기념일의 상징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는 작은 마음의 형태. 나는 그저 누나가 그것을 받았을 때,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졌으면 했다.


그리고 나는 새 차를 샀다.


차를 산 기념으로 누나를 납치했다. 목적지는 없었다. 목적이 없다는 것이 이번 드라이브의 목적이었다. 사람은 가끔 그렇게 달려야 한다. 수원을 목적 없이 도는 야간 드라이브를 나쁘지 않아 한다고 했으니까, 누나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는 문득 타임빌라스 앞을 지나쳤다.


"차라리 지금 저기 가서 선물을 사자."


누나는 갑자기 그렇게 말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선물이라니, 도대체 왜? 나는 진심으로 사고 싶은 게 없었지만, 누나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상냥하게 말했다. "뭐라도 골라."


나는 옷을 살까 하다가도, 이게 맞나 싶었고, 차라리 뭘 사지 말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


크록스.


나는 운전할 때 크록스를 늘 신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편하고, 가볍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최근에 신던 크록스가 낡았다. 그러니 크록스를 사는 건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누나가 골라준 크록스가 될 거라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누나는 직접 색을 고르고, 버튼을 골랐다. 나는 그 과정에서 개입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단순히 크록스를 산 게 아니었다.


나는 누나의 감각을 신게 된 것이었다.


크록스를 처음 신어본 순간, 나는 알았다. 이건 단순한 신발이 아니다. 누나의 안목과 손끝이 만든 작품이었다. 버튼 하나, 색 하나, 누나가 결정한 모든 요소들이 크록스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저 선물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걸 신고 걸어갈 때마다, 나는 그걸 떠올릴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받는다는 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그건 관계의 일부가 되는 일이다. 이 크록스를 신는 순간, 나는 그날 밤 타임빌라스에서의 순간을 떠올릴 것이고, 누나가 "뭐라도 골라."라고 말하던 목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삶에 흔적처럼 남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직접 골라준 신발을 신고 걷는다는 것.


그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 크록스를 신고 걸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크록스를 볼 때마다 조금은 마음이 몽글몽글해질 것이다.


그런 날들이 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순간들이, 내게는 영원히 남는 날들이 되는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누나는 내가 준비한 가방을 받아줬다. 그건 내 응원이고 지지다. 부디 사용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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