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온기, 깊고 넓은 힘

2025년 2월 20일

by 양동생

그런 사람이 있다.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그냥 그 자리에 있기만 해도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 생각해 보면, 누나는 아마 그런 사람에 가깝다.


딱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누나는 주목을 받으려 하지 않고, 굳이 누군가를 챙기려는 기색도 없다. 그러니까,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관심을 쏟는 것조차 드물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은 누나를 좋아한다. 누나가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위 공기가 부드럽게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누나는 마음이 깊고 넓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깊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도 아니고, 넓은 마음으로 모든 걸 이해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사실, 크게 무심하다.(나 한정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것도 아니고, 크게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 무심함 속에서 느껴지는 건 상냥함이다.


좀 모순된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무심하면서도 상냥하다니. 하지만 내가 본 누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다.


뭔가를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막상 다가가 보면, 그 무심함이 전부가 아니다. 절대 가볍게 반응하지 않는다.


나의 무례함도, 덕질도, 그 마음속에서 품어진다.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으면서도, 그 안에는 부드러운 결이 있다.


누나의 상냥함은 겉으로 드러나는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다. 따뜻한 말 한마디도 없고, 특별히 친절한 행동도 없다.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는 태도로.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너네들이 내게 어떻게 행동하든, 나는 내 중심을 절대 잃지 않아.”

그리고 어쩌면, 그게 누나의 힘일지도 모른다.


누나는 빛나려고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드러내려 애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인정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은 누나에게 끌린다. 그건 아마도 깊이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 깊은 사람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중심이 되고 마는 걸 나는 몇 번이나 목도해 왔다.


세상에는 가끔 강렬한 빛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주변을 압도한다. 하지만 그 빛이 너무 강렬해서 때때로 주변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기도 한다.


누나는 그런 종류의 빛과는 다르다. 차라리 잔잔한 빛이다.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옆에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빛.


무심하지만 상냥한 사람.


이건 단순히 포용력이 넓다는 것과도 다르다. 필요할 때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준다. 억지로 맞춰주는 것도 아니고, 함부로 밀어내는 것도 아니다. 그 중간 어디쯤, 이상하게 따뜻한 공간이 있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인위적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마음을 열고 솔직해지고 싶어 진다. 꾸미지 않아도 되고, 애써 뭔가를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도, 누나는 그냥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듯이 받아쳐줄 것 같다.


오늘 X부장님과 시간을 보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끌어당기는 힘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 화려한 말재주도 아니고, 과한 친절도 아니다.


그저 무심하면서도 상냥한 그 태도. 애쓰지 않아도 스며드는 깊이와 넓이.


누나는 그런 사람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


그 힘이 어디서 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타고난 것일지도 모르고, 오랜 시간 동안 다져진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세상에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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