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1일
오늘, 누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달라고 해놓고, 정말로 그것을 조용히 감당한 사람. 내가 숨기고 있었던 마음, 내 안의 열기와 부끄러움, 설명하기엔 조금 웃긴 진심들. 덕질일기를 누나가 펼쳐 보였을 때, 놀라는 이모티콘 여러 개. 그리고 누나는 딱 한 마디만 했다.
“고맙다.”
그 말이 참 오래 남았다. 마치 내 마음의 온도를 정확히 짚은 듯한 말. 혹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튀어나온 말.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누나가 그 말의 무게를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낙천적인 사람이라, 모든 걸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건지. 누나는 늘 그런 식이다. 내가 진지하게 무언가를 꺼내면 너무 가볍게 웃어버리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할 때는 괜히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래서 헷갈린다.
어쩌면 누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일기장을 슬쩍 열어본 것뿐인데,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미처 몰랐을지도.
하지만 그래도 말이다, 그 순간 누나는 내게 “고맙다”라고 했다. 그건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말이었다. 어쩌면 진짜로 별생각 없이 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 별생각 없음이 오히려 나를 살짝 구한 것 같기도 했다. 어설프게 평가하지 않고, 괜히 감상 붙이지 않고, 그냥 거기서 멈춰줘서 고마웠다.
나는 아직도 생각한다. 누나는 감당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감당이라는 말 자체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일까. 낙천적이라는 건 그런 걸까? 깊이를 재지 않고도 깊은 마음에 잠시 발을 담글 수 있는 사람.
나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다. 누나는 오늘, 내 마음이 부끄럽지 않게 해 준 사람이다. 고맙다고 했어, 내게는.
그래서 나도, 마음속으로 작게 되뇐다. 나야말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