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좋아해 본 적은 없었다

2025년 2월 22일

by 양동생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대체로 뭉뚱그려 말해지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됐다. 강렬히 좋아한다는 감정에는 결이 있다. 어떤 감정은 가볍고, 어떤 감정은 오래 남는다. 그리고 지금 내가 품고 있는 이 마음은, 내 안에 아주 조용하고 깊게 깔려 있는 종류다. 그냥 예쁘다거나, 잘생겼다거나, 그런 표면적인 이유로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것과는 좀 다르다. 이건 한 인간으로서 누군가를 깊이 바라보고 존경하게 되는 마음,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존재가 스스로를 더 괜찮은 사람처럼 느끼게 해주는 감정이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단단해진다. 내가 지금 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다치지 않고 버텨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내게 어떤 '기준점' 같은 존재다. 나도 모르게 기대고 싶어지고, 언젠가는 조금이나마 닮고 싶어지는 사람. 그 사람 앞에서는 괜히 나 자신을 더 반듯하게 만들고 싶고,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냥 조용히 곁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상하다. 그 사람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도 분명 강하게 있지만, 또 언젠가는 멀리 서라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그 사람에게 상처가 닿지 않기를, 세상이 조금은 조용하길 바라는 그런 마음.


이토록 강렬한 마음은 처음이라서, 이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쉽게 꺼내면 가벼워질 것 같고, 너무 꾹 누르면 나조차 감정을 잊게 될까 봐 조심스럽다. 이건 누군가를 향한 단순한 애정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걸 매일 깨닫게 해주는 일종의 감정적 증거다. 그래서 어딘가에 고백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내 안에만 두고 싶은 욕심이 동시에 밀려온다.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어쩌면 사랑의 가장 오래된 형태일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 사람이 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사람의 무거운 하루에 내가 작은 쉼표라도 되어주고 싶은 그런 마음. 내가 그런 감정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이 감정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사실이, 요즘의 나를 조금 어른처럼 만들고 있다.


나는 지금 한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 존경하고, 동경하며, 지켜주고 싶은 마음으로. 내가 이토록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은 없어서, 이 감정은 지금 내게 너무 낯설고도 조용한 기적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좋은 쪽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희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희망을 품고 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6화낙천인지 다정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