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나 정말 맛있는 거 사줄 수 있어

2025년 2월 24일

by 양동생

“누나. 나 맛있는 거 사달라고 졸라보려고”


오늘 나는 그렇게 카톡을 보냈다. 배가 고팠다기보다는 그냥 누나와 약속을 잡고 싶었다. 누나는 내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사람에게도 괜히 말을 걸게 되는 사람이었다. 사달라고 한 건 빌미였다.


장난처럼 보이길 바랐지만, 그 안엔 분명 애정 같은 게 있었다. 아주 조심스럽고, 아주 오래 묵힌 감정. 누나는 몇 분 지나 “뭐야? 나 정말 맛있는 거 사줄 수 있어”라고 답을 보냈다. 짧은 문장이었고, 이모티콘 하나 없었지만 그 말 안에는 묘한 온도차가 있었다. 상냥한 듯했지만 가볍고, 친근한 듯했지만 어쩐지 선이 느껴졌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잠시 멍해졌다. 정말로 맛있는 걸 사주겠다는 다정함이 고마웠지만, 동시에 그걸 빚을 갚는 것처럼 말해야 하는 거리감이 아팠다. 누나는 늘 그런 식이다. 밀어내지 않지만 끌어안지도 않는다. 무뚝뚝한 건 아닌데 다정하지도 않고, 가깝다고 느끼는 순간 다시 뒷걸음치는 사람. 그걸 이해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받아들이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누나는 말 대신 행동으로 감정을 전하는 사람이고, 나는 말 너머의 표정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어딘가 어긋났다. 누나의 “정말 맛있는 거 사줄 수 있어”라는 말에는 빚을 갚으려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예전에 내가 건넸던 것들, 누나가 아프거나 지칠 때 말없이 챙겨주던 것들, 내가 먼저 손을 뻗던 순간들이 누나에게 남아 있었다면, 그건 누나다운 방식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진심이지만 무심하게, 고마움이지만 의무처럼. 그 말이 그저 웃으며 흘려보낼 수 있는 문장이 아니었던 건, 내가 누나에게 건넸던 마음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날 누나는 내 마음을 다 알지 못했을 거고, 나는 그 말 한 줄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고, 그러니까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닿지 못한 감정을 하나씩 품은 채 돌아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기억한다. 누나가 보낸 말, 그때의 타이핑 속도까지도. 어떤 마음은 그렇게 끝나지 않고 남는다.


누나가 사주었을 그 ‘맛있는 것’보다, 나는 아마도 그 말을 더 오래 곱씹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장난처럼 건넨 말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잊히지 않는 고백이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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