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나를 계속 공주라 부르는 이유

2025년 2월 25일

by 양동생

누나를 ‘공주’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는 단순한 장난이나 비아냥이 아니다. 그건 거의 습관처럼 입에서 튀어나오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그 습관은 어떤 묘한 감정과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나는, 그 누구보다 공주 같은 면모를 지닌 사람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공주’는 동화책 속 분홍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모습과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그녀는 밤에 참외나 딸기를 먹으면서 나는 솔로 같은 유튜브를 보는 걸 좋아한다고 했고, 관심 있는 이야기를 할 때면 유난히 단어 선택이 섬세해졌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이 분명했고, 스스로가 만든 질서 안에서 세상을 바라봤다.


그건 가끔은 조금 까다롭게 보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에겐 자기중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건 단지 자신만의 고요하고 단단한 왕국을 갖고 있는 사람의 태도라는 걸. 그런 고집과 섬세함은 공주에게만 허락된 특권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가 보는 누나는 자신을 인위적으로 꾸며내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모르는 척했을 수도 있다. 적당히 자신을 유지해도 어딘가 ‘빛나는 중심’ 같은 것이 있었다.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쳐도, 나는 그 중심을 알아봤다. 공주라는 호칭은 그 중심에 내가 붙인 작은 깃발 같은 거였다.


나는 종종 누나를 보며 생각했다. 이 세계는 이상하게도 나처럼 누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불친절한 곳이란 걸. 나는 누나의 세계를 애써 이해하려 하고, 가끔은 자기 방식대로 굴리려 한다. 그런 시간을 오래 보내다 보니 나에게는 누나의 모습이 도도하면서도 적당히 상냥한, 아주 오래된 이야기 속 공주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애칭으로 부른다. “공주”

이건 농담 반, 진심 반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진심이 더 크다. 내가 본 것을, 내가 느낀 것을, 솔직하게 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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