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6일
사람은 가끔 너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바보 같은 결심을 하곤 한다. 아주 엉뚱하고, 현실적인 계산 따위는 뒤로 미뤄둔 채, 그저 ‘이걸 할 수 있으면 좋겠어’ 같은 말도 안 되는 마음 하나로 시작되는 일들이 있다.
내가 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따려고 마음먹은 것도, 어쩌면 그런 감정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나는 누나를 공주라고 부른다. 누나는 단지 예쁜 드레스를 입은 그런 공주가 아니라, 어쩌면 조금은 단단하고, 제멋대로이며, 그러나 마음속엔 아주 정직한 법칙 하나쯤은 품고 사는 그런 사람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그런 사람을 ‘공주병’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안다. 누나는 그 누구보다 공주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누나는 빵을 좋아한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혼자 먹을 때도, 누구와 나눌 때도, 심지어 그걸 고르지 못해서 주저앉을 때조차도 누나는 빵 앞에서 망설일 것 같다.
나는 그런 누나가 좋다. 어쩌면 그 ‘좋음’이라는 감정이 너무 커져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빵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게 단순한 취미의 차원을 넘어, 누나를 위한 기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학원에 등록했다. 처음엔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곧 ‘이거 쉽지 않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반죽은 내 맘 같지 않았고, 발효는 기다릴 줄 알아야 했으며, 오븐의 온도는 내 기분과 상관없이 제멋대로였다. 게다가 나는 일을 병행하고 있었다. 당직 스케줄을 바꾸고, 겨우 학원 수업을 맞추면서도 종종 지각했다. 몸은 피곤했고, 빵은 고집이 셌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길의 끝에 누나가 있기 때문이다. 누나를 위해 내가 언젠가 차리기로 했던 그 작은 빵집. 햇살이 잘 드는 창가와, 따뜻한 커피 냄새, 그리고 진열대에 예쁘게 놓인 크루아상과 단팥빵. 누나는 분주히 계산대를 지킬 테고, 나는 오븐 앞에서 식빵의 굽기 상태를 점검하겠지.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웃을 것이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현실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어떤 바보 같은 다짐이 끝내 삶의 모양을 바꾸는 기적이 되기도 한다는 걸. 그게 사랑이라는 것의 이상한 점이기도 하고, 꽤 멋진 점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빵을 잘 만들지 못한다. 자격증도 아직 내 손에 있지 않다. 하지만 누나에게 어울릴 재주 하나쯤은 갖고 싶었다. 누나의 아침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기술 하나, 누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데워줄 향기 하나. 그런 게 내가 가진 전부일지라도, 그게 내가 가진 전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반죽을 시작한다. 앞으로도 밀가루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을 것이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반죽보다 먼저 부풀어 오를지도 모른다는 걸,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