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미운 날, 평등도 아픔이 될 수 있다

2025년 3월 5일

by 양동생

오늘 아침, 문득 누나가 조금 미웠다. 아주 많이는 아니고, 따뜻한 커피에 우유가 너무 많이 들어간 것처럼, 마시고 나면 어딘가 싱거운 기분이 드는 정도였다. 그래서 카카오톡으로 “조금 밉다”라고 말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그런 존재다. 말하지 않으면서도 알아주길 바라고, 들키고 싶지 않으면서도 들켜주길 바란다. 무언가 아주 작고 섬세한 감정이 정확하게 포착되길,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길. 그건 일종의 본능 같은 거다.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 안에 설치된, 스스로도 해제할 수 없는 버튼.


누나는 종일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다시 물었고, 또 피했다. 그건 꼭 오래된 재즈 음반이 느릿하게 반복하는 멜로디 같았다. 같은 문장을 다른 방식으로 연주하면서 조금씩 감정의 결을 드러내는 방식. 말은 없었지만, 누나는 알고 싶어 했고, 그 사이에 감정은 조금씩 쌓여 아릿한 무게가 되었다. 어쩌면 그녀는 진심으로 몰랐던 걸까. 아니면 자신이 미움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믿었던 걸까. 그 믿음이 어쩌면 상처가 되기도 한다.


누나는 역시 좋은 사람이다. 선배들에게도, 후배들에게도 상냥하게 대한다. 나는 그런 사소한 행동들 속에서 사람을 본다. 말보다 작은 행동이 오는 사람, 말보다 마음이 조용히 묻어나는 사람.


예전부터 줄곧 해오던 생각이었지만 그 상냥함이 나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많이 아팠다. 누나는 누구에게나 상냥하다. 나 역시 그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헛헛하게 했다. 물론 누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오히려 그런 기대를 품은 내가 어른스럽지 못한 거란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누나를 특별하게 여겼고, 그만큼 나도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길 바랐다. 하지만 세상엔 오직 나에게만 잘해주는 사람은 없다는 걸 안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 이치를 마음은 자꾸 거스른다.


어쩌면 그것은 목적지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은 서로를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잘 지낸다. 하지만 나는 누나와 그저 그런 거리에서 끝나고 싶지 않았다. 같은 길 위에 있더라도, 나는 다른 풍경을 함께 보고 싶었다. 그래서 누나를 마음 안의 특별한 영역에 놓았고, 그 속에서 나만을 위한 온도를 기대했다. 그런데 그 온도가 다른 사람들과도 같다면, 그 기대는 곧 고요한 실망이 된다.


세상에는 평등이라는 이름의 다정함이 있다. 누구에게나 같은 선을 긋고, 같은 말투로 웃어주는 마음. 그건 분명 따뜻한 일이다.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종류의 선함이다. 하지만 때때로 그 평등은 위로가 아니라, 작고 조용한 아픔이 된다.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누구에게나 같기에, 나의 자리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그렇게 조금씩 젖는다.


나는 오늘 하루, 그 평등한 다정함을 생각했다. 그것이 위로이자 아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 더 정직하게 받아들이려 애쓰면서. 누구도 특별하지 않은 세상에서, 누군가를 특별하게 여긴다는 일은 때때로 혼자 감당해야 하는 감정의 무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무게는, 사랑의 다른 이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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