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은 장난과 일상을 나누고 싶어

2025년 3월 4일

by 양동생

오늘 누나는 나를 보고도, 직접적으로는 말을 걸지 않았다. 대신 동기를 통해 말했다. “너 때문에 차를 못 뺏어.” 그 말은 장난이었다. 주차장 입구에 내 차가 있었고, 동기의 차도 있었다. 우리는 거의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고, 입구 가까운 자리에 나란히 주차했다. 누나는 동기의 차가 뭔지 알고 있었다. 나에게 주는 관심의 양과 달리 항상 많은 관심을 가지니까. 그리고 오늘, 그녀는 동기에게 웃으며 그런 농담을 건넸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누나는 왜 나에게는 그런 장난을 잘 걸지 않을까. 왜 나에게는, 뭔가를 거치지 않고는 다가오지 않을까. 나를 보는 눈빛은 가끔 부드럽지만, 말은 언제나 조심스러웠다. 나는 누나의 말투, 눈짓, 고개 돌리는 방향까지도 자주 살핀다. 누나는 매일매일 어떤 거리감을 유지했다. 그리고 나는 그 거리의 끝에서 서서히 바래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주 천천히, 조용히.


나는 누나와 그런 장난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싶다. 그건 특별한 관계라기보다, 오히려 더 평범한 관계다. 커다란 고백이나 눈물 젖은 대화가 오가지 않아도 되는, 그저 아무렇지 않게 서로를 부를 수 있는 정도의 일상. 내가 바라는 건 그 평범함이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과 눈이 마주치고, 때로는 의미 없이 웃고, 아무 말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관계. 하루하루가 반복될수록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지겨울 정도로 익숙해진 관계. 나는 그런 것이 사랑의 가장 조용한 형태라고 믿는다.


사랑이란 아마도, 같은 말도 지치지 않고 반복해주는 능력일 것이다. “차 좀 빼줘.” “오늘 점심은 뭐야?” “이거 봤어?” 같은 말들. 반복되는 말 속에서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말의 내용보다, 그 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나는 누나와 그런 일상의 문장을 함께 만들고 싶다. 누나가 내게도 아무 생각 없이 장난을 던지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 그게 우연이든, 습관이든, 그 순간만큼은 누나와 내가 같은 온도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결국 평범한 관계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응답하고, 그 응답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시험받는다. 책임감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Responsibility인데, 그 어원은 response와 ability, 즉 응답할 수 있는 능력에서 왔다고 한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고, 듣고 싶지 않아도 듣고, 말 걸기 싫은 날에도 조용히 먼저 입을 여는 것.


그런 반복이 쌓여 하나의 관계가 된다. 나는 누나와 그 책임을 지는 관계가 되고 싶다. 매번 응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아한다는 마음이란 결국, 그 사람의 일상에 꾸준히 반응하고, 그 감정의 끈을 놓지 않는 일이니까.


생각해보니 나는 질투하고 있었다. 동기를 향한 누나의 장난과 시선을, 그리고 나에게는 오지 않는 그런 작은 순간들을. 하지만 그 질투는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라기보다는,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더 가까웠다. 나도 누나의 일상이 되고 싶었다. 누나의 하루가 끝날 무렵,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장난을 치고, 화분에 물을 주고, 커피를 타오고, 가끔은 같이 침묵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관계.


누군가에게 지겨워질 정도로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나는 그 말에 아직 확신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런 감정은 아무나에게 오는 게 아니니까.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5화기도와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