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3일
요즘 나는 누나를 생각할 때 기도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꼭 두 손을 모으고 말하는 기도는 아니다. 그보다는 차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무심히 커피잔을 내려놓다가, 문득 누나의 얼굴이 떠오를 때 마음속에 흘러나오는 작은 바람 같은 것이다. 누나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사람이다. 어딘가 닫힌 문 같고, 그 문 안쪽은 아주 따뜻하고 예쁠 것 같지만, 함부로 노크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한 걸음 물러나 조심스럽게 그 사람을 바라본다.
나는 가끔 누나를 향해 웃고, 어쩌다 머리를 쓰다듬기도 하고, 뭔가 말하려다 그만두는 표정을 짓곤 한다. 나는 누나가, 참 좋다. 귀엽고, 따뜻하고, 옆에 있으면 괜히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꼭 연인이 되고 싶다거나,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싶다는 종류의 기도가 아니라, 그냥 누나 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누나가 힘들 때, 조용히 옆에 앉아 있어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그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사실 나는 누나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잘 모른다. 어쩌면 누나는 나를 한없이 어린 동생처럼 생각할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조금 특별하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특별하게 여기지 않을 확률이 높다. 누나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려고 하니까. 확실한 건 없다. 그 불확실함은 내 마음을 간질이고, 가끔은 초조하게 만들고, 가끔은 이상하게 위안이 되기도 한다. 꼭 답을 얻지 않아도 되는 기분이랄까. 그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내 하루는 조금은 덜 외롭고 조금은 덜 무겁게 흘러간다. 누나는 그런 사람이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 나를 다정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건, 생각보다 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안다.
나는 더 이상 “이루어지게 해 달라”는 기도는 하지 않는다. 대신 기도의 말이 하늘에 닿기 전에 내 마음부터 닿기를 바란다. 누나를 향한 내 감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조용히 곁에 머무를 수 있을 만큼 따뜻하기를 바란다. 누나가 언제까지고 나를 오해하지 않기를, 불편해하지 않기를, 마음 한 조각쯤은 나를 위해 열어두기를.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나는 이 마음이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기도란 결국, 내가 나에게 하는 다짐 같은 것이니까. 그리고 다짐은, 조용히 반복될수록 힘을 가진다.
세상엔 이루어지지 않아도 간직할 수 있는 감정들이 있다. 언젠가는 잊히겠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누나를 생각하며 기도하듯 마음을 다잡는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사실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게 해 줘서 고마운 마음, 그건 좀처럼 얻기 힘든 선물이다. 나는 누나가 나에게 그런 선물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기도한다. 누나가 알지 못해도 괜찮고,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