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일
오늘도 나는 역시 누나에게 “좋아해”라고 말했다. 그 말은 매일 그리고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떠다니던 문장이었고, 더 이상 안으로 삼킬 수 없어져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결심이라기보다는, 아주 느린 침전물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누나는 잠깐 나를 바라보더니, 아주 조용히, 아주 가볍게 “고마워”라고 말했다.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마치 물컵에 물을 따르듯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 순간 나는 내가 기대했던 어떤 장면도 실현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고, 동시에 그 말이 의외로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누나는 이전에도 내게 “넌 신기해”라고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의 정확한 의미를 묻지 않았고, 누나 역시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건, 그 ‘신기하다’는 말에는 여러 겹의 감정이 겹쳐져 있었다는 것이다. 행동만 보면 이성으로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고, 또 어떤 때는 정말 편한 동생을 대하듯 굴었다는 것. 누나도 헷갈렸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확실하게 규정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마음의 중심을 어지럽게 만드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 자신도 어디쯤에 서 있는지 모른다.
나는 누나가 나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냥 누나의 말과 행동을 하나씩 모아 조용히 관찰할 뿐이다. 가끔은 어쩌면 나도 누나에게 어떤 경계선 위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과 동생 사이, 편안함과 긴장 사이, 선명함과 모호함 사이. 그 중간 어딘가에서 나는 균형을 잡으려 애쓰지만, 늘 조금씩 흔들린다. 누나는 그걸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고 있는 걸까? 정작 중요한 순간엔 언제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 누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나를 좋아하게 돼서 고마웠다. 그 마음은 나를 더 부드럽게 만들었고, 때로는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게 했다. 감정을 감추느라 서툴게 굴기도 했고, 기대하지 않으려 애쓰다가 어느새 기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나는 매번 혼란스러웠지만, 그 감정 하나하나는 결코 가짜가 아니었다. 좋아한다는 건 확신이 아니라, 불확실함을 견디는 일이기도 하니까. 좋아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웃고 울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건, 어쩌면 가장 고요한 성장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고마웠다. 정말로. 더 많은 걸 바라고 싶을 때마다, 그 마음을 꾹 눌러가며 지금 이 정도 감정에 머무르기로 했다. 누나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든, 지금 내가 품고 있는 이 감정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니까. 언젠가 마음의 방향이 조금은 더 선명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땐, 어쩌면 누나도 조금은 덜 신기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그때까지는, 그냥 이렇게 조용히 좋아하고 있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