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되는 것

2025년 3월 9일

by 양동생

오늘 아침, 어제 사지 못한 몽블랑이 괜히 마음에 남아 다시 김영모 과자점으로 향했다. 그냥 빵 하나일 뿐인데, 어쩐지 자꾸 신경이 쓰였다. 그 빵이 얼마나 특별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나에게 주고 싶다는 마음,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오늘 누나는 당직이라고 했고,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을 것 같았다. 그래서 퇴근 전에 오공김밥도 준비했다. 평소 누나가 좋아하던 그 김밥을. 물론, 사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믿고 있다. 애정이란 건 대부분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그러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쪽에서 이상한 걱정이 밀려왔다. ‘이것들을 건네면, 누나는 또 뭔가를 내게 돌려줘야 한다고 느끼지 않을까?’ 지금까지 누나는 늘 그랬으니까. 누나는 무언가를 받으면 적어도 갚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것은 누나의 성실함이고, 책임감이며, 타인에 대한 깊은 배려임과 동시에,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묵묵한 철벽이자 선 긋기이기도 하다는 걸 나는 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때로는 나를 더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누나와 어떤 주고받기의 균형을 맞추고 싶지 않다. 서로의 마음이 엇갈릴지라도, 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다른 관계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나에게 무언가를 건넬 때마다 그 마음을 계산하거나 무게로 달지 않았고, 그래서 받는 것도 바라지 않고 싶다. 그저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물론 누나는 그렇게 두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지만.


언젠가 '나를 뺀 세상의 전부'라는 에세이를 읽다가 “선물은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라는 문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문장이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살아가며 “선물이 되는 사건, 선물이 되는 시간, 선물이 되는 사람, 선물이 되는 말, 선물이 되는 표정” 같은 벅찬 순간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귀하다. 무언가를 준다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다. 물건을 고르고, 건네면 끝나는 일이니까. 무언가를 받는 일도 어렵지 않다. 감사와 미안함을 담아 웃으면 되니까. 하지만 누군가에게 ‘선물 같은 존재’가 되는 일은 다르다. 그것은 단순한 행동이나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시간 속에서 이유가 되는 일이다. 기쁨이 되고, 응원이 되고, 마음을 견디게 해주는 그런 존재로 머무는 것. 나는 그걸 어렵지만 오래된 바람처럼 바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누나와 선물을 주고받고 싶지 않다. 내가 누나에게 이것저것 하려는 건, 그저 애정이고, 걱정이고, 과한 오지랖이다. 이건 어떤 계산된 호의도, 어떤 보상을 바라는 마음도 아니다. 그런 마음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아마도 애정일 것이다. 물론 ‘애정’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너무 커서 꺼내는 순간 오글거리고 조심스러워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마음에 가장 가까운 말이다. 내 방식의 애정은 커다란 증명도, 길고 복잡한 설명도 없다. 그저 누나를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요약된다. 나는 그 역할이면 충분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애정의 방식이라고 믿고, 나는 줄곧 그 안에 머물고 싶다.


누나는 어느 날 내게 선물이 되었다. 누나는 아무런 의도도 없이, 나 역시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았지만, 어느 날 문득 제법 주요하게 들어왔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냥 좋았다. 그렇게 한 사람을 그저 좋아하게 되는 순간이, 과연 인생에 몇 번이나 올 수 있을까. 무료하고 반복되던 내 일상 속에서 누나가 조용히 발견됐고, 특별한 의미 없이 던졌던 말이나 행동 하나도 멋있어서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예쁜 포장지도, 화려한 리본도 없었지만, 좋은 선물이란 '누군가를 계속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고, 원래 삶에서 진짜 중요한 선물들은 대개 그렇게 조용히 도착하는 법이니까. 나는 누나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갚아야 한다고 느끼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사람. 누나의 짧은 말 한마디가 내겐 선물이 되는 것처럼, 내가 건넨 마음들도 누나에게 그렇게 다가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게 오지랖이라면,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세상에는 무언가를 줄 수는 있어도, 결국 ‘되는 것’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누나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피곤한 하루에 잠깐 어이없는 실소가 터지는 이유, 어떤 날엔 누나를 줄 곧 지지하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조용한 위로, 누나의 완전함과 멋짐, 순수함을 지키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누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는 게 꿈이다. 누나가 내게 선물이 되었듯이, 나 역시 누나에게 작은 선물 같은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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