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0일
누나는 오늘 저녁, 갑작스레 수원역에 1인 시위를 취재하러 간다고 했다. 겨울 저녁 공기 속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 한쪽이 서늘해진다. 아니, 어쩌면 그건 공기가 아니라 걱정이라는 이름의 감정이 만든 냉기일지도 모른다.
"춥다"는 누나의 말에 나는 주저하지 않고 차를 돌렸다. 목적지는 다이소. 담요를 세 개 샀다. 복슬복슬한 담요를. 어쩌면 그녀의 손끝이라도 덜 시렸으면, 그런 바람을 품은 선택이었다. 그걸 그녀에게 전해주었을 때, 결국 길이 엇갈려 담요를 건네주진 못했다. 담요를 주면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괜찮아, 누나 근처엔 늘 내가 있어"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감상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누나는 취재가 끝나면 술자리에 간다고 했다. 나는 차를 몰고 그녀를 그곳까지 데려다주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조금은 쓸쓸한 감정을 마주해야 했다. 내가 그녀를 지켜주고 싶지만, 결국 끝까지 함께할 수는 없다는 사실. 그녀가 들어선 그 문 너머의 공간에는 내가 닿을 수 없다. 누나는 그녀의 삶을 산다. 나는 그 바깥에서 바라보는 존재다.
동생이라는 자리. 때로 그것은 애매한 위치다. 걱정은 되지만 지나친 간섭이 되어선 안 되고, 보호해주고 싶지만 오히려 짐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동생이 되고 싶다. 지켜보고, 응원하고, 필요할 땐 조용히 다가가 따뜻한 담요를 건넬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은 제법 차갑고, 누나는 그 속에서 분투한다. 나는 그녀의 그림자처럼 뒤따르며, 때때로 손을 내밀고 싶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누나에게 내가 건넨 담요 세 개는, 결국 내 마음의 세 줄기였다. 지지, 응원, 그리고 보호. 말로는 닿지 않지만, 어쩌면 가장 솔직한 방식의 사랑.
오늘 밤,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튜브에서 사랑 노래가 흘러나오고 나는 그 음악을 들으며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한없이 조용하고, 따뜻하고, 가끔은 안타깝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서로를 향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