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귀여워서 힘들다

2025년 3월 11일

by 양동생

나는 그렇게 가끔, 누나와 별 얘기 아닌 얘기로 밤을 견딘다. 어제는 내가 누나가 귀엽다고 장난을 쳤다. “꾸꾸까까.” 내가 만든 말이다. 딱히 뜻은 없지만, 누나와 찰떡같았다. 내 입에서 나올 때마다 누나는 어이없는 실소를 내며 화를 냈다. 그 웃음소리는 참 묘하다. 무장해제되는 느낌, 조용한 새벽에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선율 같은 웃음.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고, 들어버리면 마음이 흐려져서 혼자 감당하기가 어렵다.


그런 누나가 나는 정말 귀엽다,라고 느껴버렸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말을 할 법한 사람을 처음 만났다. 귀엽다니. 사랑스럽다니. 그런 말들은 어쩐지 입에 올리는 순간 세상의 어딘가에서 무너지거나 상해버릴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차라리 장난을 쳤다. 꾸꾸까까, 같은 이상한 말로. 그렇게 웃게 하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걸 택했다.


사실 나는 누나가 귀여워서 힘들다. 생각은 누구보다 어른스럽지만, 행동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아이 같아서. 철이 없다는 말과는 다른 의미다. 누나는 세상의 날카로운 면을 잘 알고 있다. 피하고 싶을 만큼의 현실도 알고 있고, 웃지 못할 뉴스와 사람들의 억지스러운 논리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나는 작은 것에 웃는다. 오늘 누군가의 말투가 이상했다며 킥킥대고, 길을 걷다 귀여운 고양이를 봤다며 사진을 보내고, 누가 뜬금없이 진지한 말을 했다며 황당해한다. 놀라고, 당황하고, 기뻐하고, 웃는 그 얼굴이… 그냥, 아기 같다. 숨 막히게 사랑스럽고, 그래서 버거울 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다.


나는 늘 누나를 지켜주고 싶다고 늘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순수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누나는 말했다. 너, 소설 한번 써보라고.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언젠가 꼭 쓸 거라고. 누나에 대한 마음을, 이건 말로 다 전할 수 없으니까. 언젠가 누나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다. 그것도 아주 가득, 마음이 흘러 넘 칠 만큼. 내가 하지 못했던 말들로, 누나가 듣지 않아도 괜찮은 방식으로, 천천히 아주 오래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로.


어쩌면 그건 사랑이라는 이름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단어를 꺼낼 줄 모른다. 감히 입에 올릴 수가 없다. 하지만 이건 사랑이다. 어른스럽고, 서툴고, 조금은 유치한 방식의 사랑. 단 한 번도 "사랑해"라고 말하지 못했지만, 다이소에서 담요를 사들고 누나 근처를 서성이는 그 마음이, 꾸꾸까까 따위의 말장난 누나의 귀여움에 저항하는 나의 몸짓이, 어쩌면 전부 그 말의 다른 형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것으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말은 하지 않아도, 누나는 알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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