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흘려보내는 연습

2025년 3월 12일

by 양동생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아주 사소한 장면 하나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날. 오늘이 그랬다. 누나가 나보다 다른 후배에게 취재 아이템을 주며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았다. 별일 아니다,라고 몇 번이고 중얼거렸지만 마음속에서는 파도 같은 감정이 일렁거렸다. 처음엔 잔잔했다. 그러나 곧 억제할 수 없는 깊은 물결이 되었다. 유치한 거 안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 서운해지는 건, 어른으로선 미숙하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그 감정을 부정할 수 없었다.


우린 제법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마음도 나누고, 때로는 기분 좋은 농담도, 조용한 걱정도, 짧은 위로도, 말도 놓고 지내니까. 그런 것들이 쌓이면 어떤 형태의 정이 된다고 나는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는다. 그 모든 건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일 뿐일 수도 있다는 것을. 누나는 평등한 것 같으면서도 차별적이다.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누구에게나 선하지만 나에게는 선을 긋는다. 그리고 그 평등함과 차별 속에서 나는 전혀 특별하지 않다. 나는 그 사실이 아프다. 누군가를 챙긴다는 건 결국 관심이라는 형태로 흘러가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관심이 나를 비껴갈 때, 나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누나에게 챙김 받고 싶다. 이건 부끄러운 진심이다. 내가 누나를 지켜주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그 반대의 마음을 함께 품고 있다. 누나가 나를 살짝이라도 돌아봐주면 좋겠다고. 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에는 너무 사적인 욕망. 나는 알고 있다. 좋은 남자도, 좋은 동생도 이런 갈망을 드러내지 않는다. 묵묵히 있어주고, 기대지 않고, 지나친 애정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야 상대도 편하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렇게 단단하지 못하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쓰라리고 만다.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할까. 나는 자주 그런 고민을 한다. 서운함을 들키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법. 바라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애정을 유지하는 법. 내가 선택해야 하는 길은 아마도 이 마음을 흘려보내는 쪽일 것이다. 누나가 누구를 챙기든, 그것은 누나의 선한 마음의 연장이지, 나를 밀어낸 결과는 아니니까. 누나는 내 마음을 모를 수도 있지만,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가 주는 마음은 내 몫이고, 그것이 돌아오지 않아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라고.


나는 여전히 누나 곁에 있고 싶다. 유치한 마음도, 부끄러운 감정도 함께 가진 채로. 어쩌면 진짜 마음을 먹는다는 건, 그런 나를 미워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누나가 나를 챙기지 않아도, 내가 덜 특별해도, 나의 존재가 작아지지 않음을 잊지 않는 일. 그것이 내가 지금 배워야 할 사랑의 방식이다. 사랑은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걸 다시 배운다. 혼자서, 조금 아프게, 그러나 분명하게.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3화누나가 귀여워서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