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9일
나는 언제나 누나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생각엔 확신이 없다. 확신을 가지기엔 누나의 행동은 언제나 너무 정제되어 있고, 너무 말이 없고, 너무 단정하다. 차갑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동시에 너무 조심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확실한 건 무언가 가까이 하기 싫은 것을 대하듯 멀리서 바라보듯 대한다. 그런 태도 안에는 이상하게도, 부서질 것 같은 애정이 아주 얇은 층으로 깔려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그 얇은 층을 알아채고 말았고, 그래서 매번 헷갈린다.
나는 누나의 따뜻함을 자주 목격한다. 동기를 챙기는 일, 회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일, 가끔은 말없이 커피 한 잔을 건네는 손짓까지도 그렇다. 누나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정중함과 친절의 균형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태도는 나에게만은 닿지 않는다. 누나는 나에게 관대하지 않고, 조언을 아끼며, 때로는 침묵으로 거리를 둔다. 내가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싶다가도, 또 때로는 정말 아무 이유 없이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 나는 그런 누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 방법을 곱씹는다. 무심한 척 거리를 두는 게 나은 걸까. 아니면 어색하더라도 먼저 말을 걸고, 내 마음을 조금씩 보여주는 게 맞을까. 하지만 내 마음을 꺼내 보였을 때, 그 무게가 누나에게 불편함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나는 누나의 감정선을 자주 눈치 본다. 아니, 거의 항상 그렇다.
그래서 나는 자주 나 자신에게 묻는다. 누군가와 거리를 유지하는 감정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누나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려는 이 태도는 사랑일까, 아니면 회피일까. 혹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회피라는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감정이 더 무르익기 전까지의 최소한의 존중일지도 모른다. 섣불리 다가갔다가 무너지는 관계를 몇 번 겪고 나면, 사람은 점점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나는 누나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다. 동시에 나도 다치고 싶지 않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누나에게서 한 발짝 떨어진 채, 계속 서성이고 있다.
나는 누나에게 질문하고 싶다. “왜 나한테만 그렇게 차가워?”
하지만 그 질문을 꺼내는 순간, 무언가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말하지 못한 질문을 가슴속에 접어 넣고,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또 조용히 혼자 그런 누나를 생각한다.
나는 나에게 닿지 않으려고 애쓰는 걸까. 나는 누나에게 닿지 않기 위해 애쓰는 걸까. 그 둘은 어쩌면 같은 감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