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조금 더 특별했으면

2025년 3월 20일

by 양동생

오늘은 누나가 상을 탔다는 소식을 들은 날이었다. 누나가 드디어 그런 자리에 오른 게 뿌듯하기도 했고, 조금은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누나의 일정을 물어봤다. 혹시 시간 되면 밥이나 같이 먹자고, 축하해주고 싶다고. 누나는 간단히 “집에 갈 거야”라고 했다. 처음엔 이해했다.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테고, 혼자 쉬고 싶은 날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걸렸다. 어쩌면 예민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물었다. 혹시 다른 약속 있는 거냐고. 누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다른 남동생이랑 보기로 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차가운 것 같기도 하고, 속에서 서서히 부글거리는 것 같기도 한 기분. 명확히 화가 난 건 아니었지만, 기분이 확 상했다. 나는 누나에게 먼저 말했는데. 먼저 시간을 내고 싶다고 했는데. 이유가 뭐가 됐든, 누나는 나와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던 거니까.


그게 차별처럼 느껴졌다. 누나는 늘 친절하고 관대하고 다정한 사람이지만, 나한텐 아닐 때가 많다. 누군가에겐 웃으며 밥을 사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념일도 기억하지만, 나는 좀처럼 그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물론 누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엔 그저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원래 주지 않으려던 노트북을 그냥 누나 차에 두고 돌아섰다.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품고 애써도, 이런 식으로 차별받는다면 그 마음은 결국 혼자만의 것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누나는 노트북 때문에 전화를 걸어왔다. 차에 두고 간 이유를 묻는 건 아니었다. 단지 내가 노트북을 다시 가져가야 하니까. 나는 그 순간 마음속에 쌓인 말을 조금 꺼냈다. 내가 느낀 이 서운함에 대해. 차별처럼 느껴졌다고. 그런데 누나는 풀어주려 하지 않았다. 그냥 미안하다고 말했고, “사과했잖아. 그만하자”는 말로 대화를 덮었다.


나는 잠시 헷갈렸다. 누나는 원래 누군가의 징징거림을 싫어한다. 맞다.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 단지 ‘징징거림’이어서 싫은 걸까? 아니면, 내가 그 ‘누구’여서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걸까?


나는 누나의 이런 면까지도 사랑하고 싶었다.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려 했다. 차별에 익숙해지는 것도, 단단해지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가끔은 진짜로 궁금해진다. 그건 정말 차별이 아니었을까? 누나의 말, 누나의 선택 속엔 아무런 의도가 없었던 걸까? 아니면 내가 애써 넘겨짚지 않으려는 감정들 사이에, 누나도 스스로 말하지 않는 어떤 거리 두기를 하고 있었던 걸까.


오늘은 그런 생각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쿨한 척 넘어갔지만, 진심은 아직 거기에 있다. 누구나 공평하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누나의 ‘공평함’ 안에 들어가고 싶다. 참, 서럽고 웃기다.


나는 종종 이중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안다. 누나에게 공평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사실은 누나에게 특별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게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지 알면서도, 여전히 그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누나는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상대가 누구든 예의를 갖추고, 할 수 있는 만큼의 다정함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그런 누나의 태도가 오히려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누나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똑같음’이 나를 더 작게 만든다. 그 안에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이 너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에게만 좀 못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럼 그 못됨도 ‘유일한 것’이 될 테니까. 아니, 이미 친절하지는 않으니 특별한 것일지도.


하지만 누나는 의도적으로 그런 식으로 차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차별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까 그 모든 순간들이 더 헷갈리게 만든다. 나는 누나에게 공평한 관계 속에 놓이기를 원한다. 예를 들면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나에게도 물어봐주는 것. 어떤 자리에 초대받는 것. 그냥 밥을 먹자는 단순한 말 한마디가 나에게도 가 닿는 것.


그런데 동시에, 나는 누나에게 특별했으면 좋겠다. 공평한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 아니라,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누군가와 약속을 정리하면서까지 나와 밥을 먹는 사람. 그러니까, ‘형식적으로 공평한 관계’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선호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이 마음을 꺼내 놓는 건 부끄럽다. 너무 유치하고, 감정에 매달리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누나 앞에서 그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드러냈다가 외면받으면 감당하기 힘드니까.


좋아한다는 감정은 본래 그런 것일까. 공평함과 특별함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넘나드는 마음. 너무 많이 바라서 미안해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걸 바라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 나는 그 사이에서 매번 흔들린다. 그리고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누나의 옆자리가 아닌 바깥자리에 앉아 있게 된다.


누나는 아마 내 마음을 모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어렴풋이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게 더 편하고, 관계를 덜 복잡하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걸 누나는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오늘도 누나에게 공평함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그 두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다가, 결국은 자주 넘어지고 만다. 그래도 다시 일어난다. 누나가 보고 있든 말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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