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2일
누나는 오늘 안산에 갔다. 중국인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기 위한 봉사활동 OT를 위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은, 그 자체로 조금 멋지다. 나는 그런 누나를 언제나 멀리서 바라본다. 가끔은 누나가 너무 멀리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처럼,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누군가의 시간을 채워주고 있을 때면.
그리고 누나는 말했다. OT가 끝나고 데이트를 할 거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속에서는 “그 데이트가 나였으면 좋겠다”는 말이 미끄러졌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조용히.
나는 누나와 놀고 싶다. 하지만 ‘놀자’는 말이 너무 가벼워 보여서 조심스러워진다. 좋아한다는 마음이 꼭 무겁고 심각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장난처럼 툭 내뱉고 싶지도 않다. 누나와 보내는 시간은 나에게는 작고 단단한 보석 같은 것이다. 주머니 속에서 자꾸 만지작거리며 꺼내 보고 싶어지는, 그런 시간.
같이 걸을 수만 있어도 좋겠다.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원래 침묵을 잘 견디는 사람이 아닌데, 누나랑 있을 때는 이상하게 그 침묵마저 포근하게 느껴진다. 누나가 앞을 걸으면 나는 반 박자 느리게 따라가고, 누나가 발을 멈추면 나도 숨을 고른다.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런 게 사랑의 모양이라면, 나는 지금 그 안에서 아주 작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은 무엇일까. 그냥, 누나와 같은 시간 안에 머물고 싶다는 마음. 우리가 다른 공간에 있어도, 서로의 하루를 따뜻하게 기억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언젠가 누나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나는 그 옆자리를 부러워하면서도 “그래도 나는 누나의 어느 봄날을 함께 걸었던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기를.
벅차다,라는 말은 대체로 좋은 감정일 때 쓰인다고 들은 적 있다. 나는 오늘, 그런 벅참을 가슴 한가득 안고 누나를 떠올린다. 조용히, 그러나 아주 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