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누나 앞에서 순해진다

2025년 3월 23일

by 양동생

수상 기념사진을 봤다. 누나는 팔짱을 끼고 웃고 있었다. 모니터 속 한 장의 사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자꾸만 마음속에서 되감기 됐다. 사진 속 누나는 평소보다 훨씬 더 예뻤다. 물론 누나는 언제나 예쁘지만, 그날의 예쁨은 조금 결이 달랐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스스로도 자신을 인정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빛. 얼굴에 흐르는 맑은 자신감,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진심이 사진 너머까지 번져 나오는 듯했다.


나는 그 사진을 여러 번 들여다봤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보기도 했고, 확대해서 눈가의 주름 하나까지 들여다봤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지금 누나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벅차고 기뻤다는 걸. 그 기쁨은 자랑스럽다는 말보다 더 앞서 있었고, 사랑스럽다는 말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내 마음의 감탄은, 언제나처럼 소리 없이 시작되고, 조용히 번져갔다. 이런 마음을 어쩌면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까. 나는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지만, 사랑이라는 말 말고는 다른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도 않는다.


누나는 그날,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아는 누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또 한 번 놀라웠다. 누나는 언제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단단하게 중심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힘이 있었다. 누나는 말보다 행동을 믿는 사람이고, 감정보다 태도를 우선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인정받는 순간을 보고 있다는 건, 내게도 작은 용기였다. 누나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다면, 나도 계속 누나를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누나를 특별하게 꾸미지 않는다. 드라마틱한 표현도, 극적인 연출도 내겐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누나가 웃고 있으면 나도 괜히 따라 웃고, 누나가 지친 하루를 보냈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숨을 한 번 더 깊게 쉬게 된다. 누나가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볼 때, 그 옆에 조용히 앉아 있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거창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시간의 온도에 조용히 맞춰가는 일이라는 걸, 나는 누나를 알게 되면서 조금씩 배우고 있다.


사진을 본 이후로, 나는 오늘을 좀 더 조용히 살았다. 커피도 천천히 마시고, 하늘도 자주 올려다보았다. 누나가 받은 꽃다발처럼 예쁜 건 주변에도 많았지만, 그날 내게 가장 예뻤던 건 누나의 얼굴이었다. 세상을 향해 자신 있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미소를 보고, 나는 말없이 순해졌다. 누나가 웃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부드럽게 흘러갔고, 그 부드러움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나는 더는 상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축하한다는 말 대신, 그냥 조용히 누나의 그날을 오래도록 기억해 보기로 했다. 대신 속으로, 아주 천천히 되뇌었다. “누나는, 정말 예뻤어.” 마치 내가 처음으로 내 마음을 알아보았던 날처럼. 그렇게 나는, 누나의 하루에 조용히 묻어가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만 아는 감정. 그게 내가 가진 가장 조심스러운, 그리고 가장 진한 방식의 애정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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