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오늘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일. 일어난 일들은 별것 아닌 듯, 하지만 그렇게 세밀한 순간들이 늘 쌓여서 기억으로 남는다. 안국동으로 가서 일을 했다.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진공 상태 같은 풍경,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 그저 나는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누나와 늦게까지 술을 마셨고,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른 아침의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졌다. 그저 어젯밤의 후유증이겠지만, 피로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누나도 일을 했다. 우리가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그 시간, 누나는 그저 나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말은 많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 싶다.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를 주려고 했던 그 순간,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그저 허공에 흩어졌다.
안국동은 정말로 진공 상태였다.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동안,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그래서 런던베이글뮤지엄에 가보았다. 웨이팅도 없었다. 그만큼 세상은 조용했다. 그 순간, 누나에게 줄 베이글을 샀다. 나는 그 베이글을 손에 쥐고 길을 걸었다. 어쩌면 이 작은 선물이 누나에게 무언가를 전달해 줄지도 모른다고,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애초에 그런 의미를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다. 왜일까? 왜 나는 늘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려 할까? 그런 의미가 결국에는 남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것을 원한다.
누나는 내게 특별한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말한 것들이 결국 아무런 의미 없이 사라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