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었다고,라는 고백

2025년 4월 3일

by 양동생

결국 내 마음을 인정하는 날은 일요일이 아니었다. 우연히 던진 말 한마디가, 오늘 나를 술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마침내 누나를 여자로서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서 고요히 자라온 감정이었다. 그것은 땅속 깊이 잠들어 있다가 어느 날 툭 하고 깨어나선, 마치 봄날 첫 번째 강풍처럼 갑작스럽고도 진실되게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도 사귀자고 말하진 않았다. 그럴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내가 그런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만은 말해두고 싶었다. 그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 사이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믿었다.

고백은 두려웠다. 사랑보다도, 거절이, 단절이, 그리고 그 이후의 침묵이 더 무서웠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선 오래전부터 각오가 끝나 있었다. 다만 나는 이 모든 것을 조금 유쾌하게, 너무 무겁지 않게 꺼내보려 했다. 이토록 슬픈 감정을 무겁지 않게 다루어야 한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지만, 누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니까.


누나는 평소에 걱정을 깊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 무심함에 기대어 이 감정을 건넸다. 그런데 예상 밖이었다.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당황한 모습. 그렇게까지 나를 의식한 적은 없었을 텐데. 그 모습은 마치 꽤 오래된 거울에 균열이 가는 소리처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 마음을 울렸다.


술을 마셨다. 누나는 ‘많이 필요하다’며 잔을 들었고, 나는 그 손의 떨림을 보며 마음속으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내 말이 그녀 마음에 어떤 파장을 일으켰을까. 나는 그걸 평생 알지 못할 것이다. 누나는 설명하지 않는 사람이다. 감정을 감정으로 두고 지나가는 법을 안다. 그러니까 나도 묻지 않기로 했다.


"여자친구를 사귀어. 그래야 내가 너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어."


그 말은 참으로 복잡한 감정이었다. 편하게 만나고 싶다는 말은 기뻤지만, 그렇게 해야만 겨우 만날 수 있다는 현실은 절망적이었다. 나는 뒷걸음치며 가까워지는 세계 속에서, 겨우 한 조각의 온기를 붙잡고 있었다.


결국 나는, ‘역시나’ 거절당했다. 하지만 묘하게 후련했다. 무언가를 끝까지 해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마지막엔 내가 말했다.


"그랬었다고. 나는 지금까지 봐왔던 그 동생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 말을 나는 웃으며 꺼냈지만, 사실 내 안은 깊고, 쓸쓸했다. 그녀가 정말 이해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녀는 나를 완전히 밀어내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오늘 밤 이 도시의 바람을 조금은 덜 춥게 느끼는 이유다.


그날 누나는 만취했다.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며 나의 마음은 흐릿했다. 하지만 그 안엔 작은 확신 하나 있었다. 나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할 것이다. 그 마음은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 내 것이니까.


사랑은 때때로 목적이 아닌 상태일지도 모른다. 도달이 아니라 존속. 바라보는 마음 자체가 내 삶의 방식인 것처럼. 나는 그런 방식으로, 누나를 사랑하고 있다. 지금도.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걱정했던 마음의 고백은 관계의 단절 없이 나름대로 평온하게 끝맺었다.


그리고 누나에게도 고마웠다. 그 낙천적인 성격과 넓은 그릇 덕분에, 나는 무너지지 않고 이 마음을 건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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