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사라진 밤

2025년 5월 8일

by 양동생

오늘은 어제의 연장선처럼 시작됐다. 누나는 나와 술을 마시고 차를 두고 갔기에, 그 차를 대신 옮겨줬다. 차 안에는 어젯밤의 기척이 조금 남아 있었고, 나는 그것을 아주 조심스럽게 다뤘다. 누나는 점심 약속이 있다고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내주었다. 아직도 그녀와의 작별은 늘 뭔가 망설임을 남긴다.


오후에는 정말 우연히, 아주 무심한 운명처럼 누나가 회사 선배와 산책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천천히 걷고 있었고,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해 보였다. 나는 그 풍경을 지켜보며 마음 한편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조건도 의도도 없이 누군가와 걷는 관계가 나에게도 올까. 아니, 나와 누나 사이에도 가능할까. 마음속에 작은 부러움과 떨림이 고여 들었지만, 나는 그것을 꾹 눌러놓았다. 그래도, 본심은 다 안다. 그것은 누르고 또 눌러도 결국 넘쳐나는 감정이란 걸.


저녁에는 인계동에서 친구를 만난다고 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밤이 깊도록, 누나는 연락이 없었다. 평소처럼 카톡을 읽지도 않았고, 답장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아득한 걱정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혹시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품에서 잠이 든 것은 아닐까. 아니면, 혹시…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또 스치면서 심장은 이상할 만큼 빠르게 뛰었다. 나는 친한 형과 동네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버이날이었다. 부모님을 위해 준비한 카네이션과 작은 선물, 하지만 그것조차 진심을 담아 건넬 수 없을 만큼 마음이 허했다. 그녀에게 집중이 쏠려 있었다. 이런 걱정을 내가 할 자격이 있는 걸까. 애초에 나는 누나 인생의 어디쯤 서 있는 걸까. 곁? 그림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배경?


그래도 나는 드라이브를 나갔다. 길 위에선 생각이 조금씩 풀린다. 아니, 더 얽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도로 위를 따라 흘러가다 보면, 혹시나 그녀가 내 카톡을 읽지는 않을까. 혹은, 전화를 해주지는 않을까. 마음은 그런 희망으로 채워졌다. 그 희망이 사실은 얼마나 우스운 건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사랑이니까.


돌아오는 길, 창밖에는 새벽 공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조용했고, 나도 조용해졌다. 사랑이란 참 이상하다. 아무 말도 들을 수 없고, 어떤 표정도 볼 수 없는데도 계속해서 말 걸고, 계속해서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녀의 잠든 밤 어딘가를 상상하며 하루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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