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2일
아침부터 조금 엇나갔다. 정확히 언제부터 어긋났는지는 모르겠다.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꿔버렸고, 그건 고장 난 회로처럼 온종일 나를 따라다녔다. 그녀와의 통화는 어딘가 얄팍하게 끊겼다. 불만인지 피곤함인지, 혹은 둘 다였는지 모를 기류가 남았고, 나는 그 여운을 잡고 하루를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몇 번이고 메시지를 보냈다. 졸리지는 않은지, 점심은 챙겨 먹었는지, 커피 대신 탄산수를 마신다는 그녀의 취향에 괜히 또 걱정을 얹었다. 그저 그런 하루였다. 피곤한 사람을 멀리서 바라보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채 이런저런 말을 붙이는 하루.
점심엔 그녀가 고기를 먹다가 잠들었다는 말이 도착했다. 농담처럼 보였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다. 오늘따라 그녀는 무척 피곤해 보였고, 나는 그 피로가 내 책임인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만든 건 아니었지만, 어쩐지 나 때문 같았고, 그 마음은 고스란히 사과와 반복된 당부로 이어졌다.
하루 내내 나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조심해." "무리하지 마." "잠이라도 조금 자." 그녀는 웃거나, 넘기거나, 피하거나, 간단한 말로 대답했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밤이 깊어졌다. 문득, 이대로 오늘을 끝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건 걱정이라기보다, 감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선택에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길게 이어졌다. 그녀는 받아줬다. 다행히도 집에 잘 도착했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여운은 오래 남았다. 오늘 하루 내내 나는 같은 자리에서 머물렀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고, 무엇도 바꿀 수 없었다. 그저 걱정하고, 미안해하고, 기다리고, 또 걱정했다.
누나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걸 안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그 마음을 한참 꺼내놓은 채 하루를 마무리했다. 누나가 푹 잘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