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1일
오늘도 역시 퇴근하고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뭔가 과일을 먹고 있는 누나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러나 누나와의 첫 통화는 어딘가 찝찝하게 끝났다. 무슨 말을 하다 내가 조금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아니면 내가 괜히 서운해했거나. 정확히 뭐가 문제였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전화를 끊고 나서, 혼자 남겨진 정적이 어색하게 길어졌다. 머릿속이 조금 복잡했다.
그녀와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건 늘 익숙하지 않다. 누나와의 대화는 대부분 따뜻했으니까. 가끔 삐걱거릴 때도 있었지만, 금방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게 되는 사이였다. 오늘도 그렇게 될 거라고, 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예상처럼, 우리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카카오톡이었다. 그녀는 평소처럼 귀엽고 짧은 말투로 말을 걸어왔고, 나도 평소처럼 장난을 쳤다. 커피 마시는 모습이 귀엽다며 놀렸고, 대수롭지 않은 말들이 오갔지만, 그 속엔 약간의 안도감이 숨어 있었다. "아, 다행이다. 다시 괜찮아졌구나."
새벽 무렵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대화는 느슨하게 이어졌고, 가볍게 웃고, 음식 사진을 주고받고, 유튜브 영상 이야기를 나누고, 과거 여행 이야기도 꺼냈다. 누나는 예전에 유럽과 인도를 여행했을 때 쓴 일기가 서재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일기장이 궁금했다. 아니, 사실은 그 시절의 누나가 궁금했던 거다. 지금보다 덜 지쳐 있고, 더 자유로웠던 그녀.
가장 가슴이 찡했던 순간은, 그녀가 가평에서 찍은 예쁜 카카오톡 배경 사진을 보내줬을 때였다. 핑크색 옷을 입고, 뭔가 신난 얼굴을 한 그녀.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은 그 한 장의 사진이, 이상할 만큼 내 마음을 벅차게 만들었다. 나는 그 장면을 몇 번이고 들여다봤다.
나는 누나를 오래전부터 짝사랑하고 있다. 그녀는 아마 알면서도 모른 척해주는 중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그런 감정으로 가득 찼다.
약간의 오해, 약간의 서운함, 다시 이어진 대화, 그리고 작은 기쁨들.
사랑은 꼭 크고 극적인 장면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오늘처럼, 약간 찝찝한 시작 뒤에, 다시 웃으며 끝나는 하루. 그런 날들이 쌓여, 나는 이 감정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그녀의 아주 작은 말 한마디, 사진 한 장, 숨결 같은 문자 하나에도 기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니까 오늘도, 여전히 짝사랑 중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리고 지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