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3일
오늘 동기가 말했다. 누나, 나한테 애교가 많아. 그 말을 들은 순간, 가슴 어딘가가 욱신거렸다. 정확히 어디라고 말하긴 어려웠지만, 대체로 마음이란 건 항상 그렇게 막연한 데서 반응하곤 한다. 나는 누나가 그런 사람이란 걸 몰랐다. 누나에게도 애교라는 게 있었구나. 최소한 내 앞에선 그런 걸 본 적이 없다. 나에겐 늘 무뚝뚝했다. “아니, 싫어”, “그만 좀 해.”. “응” 그런 말투였다. 마치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신호음처럼 익숙하면서도 건조한 말투.
동기는 잘 생겼다. 피부도 맑고, 웃으면 귀여운 얼굴이 드러난다. 그런 얼굴은 사람들 마음을 쉽게 여는 법이다. 누나도 결국 사람이고, 아마 여자일 테니까, 그런 얼굴 앞에선 무의식적으로라도 다정해질 수 있겠지. 애교도, 웃음도, 어쩌면 관심도. 반면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내 얼굴을 보면 종종 거울이 먼저 한숨부터 쉰다. 누나는 나에게 애정 표현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동생이고, 못생겼고, 귀찮기까지 하니까. 그래서 그런 말이나 행동은 늘 다른 사람 몫이었던 것 같다. 그건 어쩌면 당연하고, 또 어쩌면 씁쓸하다.
그렇지만 나는 누나를 좋아한다. 어차피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애초에 논리로 시작되는 일이 아니니까. 나는 그냥 누나가 좋다. 무뚝뚝하고, 까칠하고, 가끔 날 모른 척하는 그 태도까지도. 나는 믿고 싶다. 언젠가 내 진심이 누나에게 닿아서, 나도 누나에게서 애교가 아니더라도 애정이 묻어나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예를 들면, “오늘 너 없었으면 심심했을 거야.” 같은 말. 혹은 “있지, 네가 동생이라서 고마워.” 정도의 말. 그런 말들이 내겐 거의 기적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덕질은 그런 것 같다. 기다리는 일. 누군가의 말투나 시선 너머에 숨은 진심을 찾는 일. 나는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누나를 덕질한다. 조용히, 하지만 간절하게. 누나의 애교는 바람처럼 지나가고, 그건 내 것이 아니었지만, 누나의 무뚝뚝함은 오롯이 내 것이었다. 이상하게 그게 좀 서럽고, 또 좀 기쁘다. 누나가 내게는 그런 사람이다. 바람처럼 멀고, 마음처럼 가까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