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도 지지 않는 누나를 좋아하는 마음

2025년 5월 15일

by 양동생

포기하는 일은 없다. 그래야만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물론 마음은 그렇게 쉽게 따라와 주지 않는다. 가끔은 아주 얄밉게도 거꾸로 간다. 잔혹한 태도 앞에서 엉엉 울고 싶은 날이 있다. 진이 빠질 정도로 울고 나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잠들고 싶은 날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모든 게 끝나버릴 것 같아서다. 울고 나면, 내가 얼마나 작고 무력한 사람인지 더 정확히 알게 될 것 같아서다. 나는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간다. 발끝이 닿는 데까지 길을 만든다. 지금은 길이 없어 보이더라도, 어쩌면 먼 미래의 내가 이 길 위를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을 한다. 그러면 아주 조금은 숨이 쉬어진다.


남은 마음은 많지 않다. 어쩌면 애초에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얼마 남지 않은 조각들을 꺼내서, 한 장 한 장 다려본다. 구겨진 마음을 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론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찢어질 듯 아플 때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누나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싶다. 억지로라도 열어보고 싶다. 따뜻한 손으로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뻣뻣한 마음으로 문고리를 돌리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누나와의 관계에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른다. 거기엔 차가움이 있을 수도 있고, 무표정한 말들이 서성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정확히 말하면, 아프지만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나가 보여주는 무뚝뚝함, 그것이 나에게는 거절 같기도 하고 방패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견딘다. 견디는 건 꽤 오래된 내 특기다. 어릴 적부터 익힌 것이다. 마음이 추울 때, 비가 오는 날처럼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도 밖으로 나가는 법. 사람들은 그것을 강함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냥 혼자 우산 없이 걸어야 했던 기억들 덕분에 익숙해진 감각이다.


나는 강인한 마음을 갖고 싶다. 비에도 지지 않는 마음. 어둡고 무거운 감정들을 품은 채로도 누나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 누나에게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마음을 내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품은 마음의 무늬를 따라 살아간다. 그 무늬가 비록 보잘것없고 투박하더라도, 내 마음속엔 누나를 향한 하나의 선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그어져 있다. 잊기 쉬운 일이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라는 걸 나는 안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그 선 위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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