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4일
대선이 시작됐다. 정확히 말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그저 뉴스로 누가 무슨 공약을 내놨는지 무심히 훑어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누나는 달랐다. 아침부터 노트북을 챙기고, 김포로 출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포 유세 일정이 있는 후보를 취재하러 간다고 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내 일정을 김포 쪽으로 바꿨다. 실은 아무런 일정이 없었지만, 일부러 있다고 말했고, 그걸 누나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냉면을 먹었다. 특별히 맛있지도, 그렇다고 실망스럽지도 않은 평범한 점심이었다. 대화는 늘 그렇듯 허공을 맴돌다 툭툭 떨어졌다. 뉴스 이야기, 거리의 전단지, 옆 테이블의 소음, 그런 식의 이야기들. 나는 그런 대화가 좋았다. 의미 없는 말들 사이에만 존재하는 거리감과 편안함. 누나가 내게 기대거나 웃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함께 있는 시간은 진짜였다. 나는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혹은 충분하다고 믿고 싶었다.
누나는 부천으로 취재 지를 옮겨야 한다고 했다. 나는 괜히 누나의 차를 따라갔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누나도 묻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부천까지 조용히 이동했고, 잠깐 카페에 앉았다. 말은 많지 않았다. 따뜻한 음료와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사람들은 사랑을 거창하게 정의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무해한 순간들이 사랑의 가장 현실적인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서 나와 나는 내 회사로, 누나는 다른 기자들과 저녁 회식 자리에 갔다. 삼겹살과 술. 전부 남자 기자들이라고 했다. 나도 모르게 속이 조용히 쓰렸다. 걱정되고 싫었다. 아니, 질투였다. 하지만 역시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를 할 자격도 없고, 이유도 없다. 나는 그저 누나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고, 누나는 그저 내게 무뚝뚝한 누나일 뿐이니까.
사무실에 들어와 모니터를 켰다. 누나와 먹은 냉면이 조금 짰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감정이 간을 삼킨 것처럼.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하루였지만 이상하게도 목이 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