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통화, 작고 소중한 사람

2025년 5월 10일

by 양동생

오늘은 누나가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새벽, 아주 잠깐 통화를 나눴다. 아마 새벽 1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누나는 서울 어딘가를 다녀왔다고 했고, 나도 내가 대충 흘러가듯 지나친 동네 이야기들을 꺼냈다. 말이란 건 묘하게 아무렇지 않게 흐르다가도, 어느 순간 불쑥 마음속 깊은 데를 건드리는 구석이 있다.


우리는 각자 가봤던 맛집들을 추천했다. 누나는 남자친구와 함께 갔던 곳들을, 나는 그냥 내가 혼자 혹은 누군가와 스쳐간 장소들을.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곳을, 언젠가 누나와 함께 가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메뉴를 고르고, 아무렇지 않게 웃고, 따뜻한 국물에 후후 불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면. 그런 상상은 달고 조용하게 마음 어딘가를 간질였다.


통화는 새벽 3시를 지나 끊겼다. 하지만 누나는 아직도 잠이 오지 않는다며 유튜브로 아기 영상을 본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찡했다. 이 세상 누구보다 작고 소중한, 어린이 같은 누나가 또 다른 ‘작고 소중한 존재’를 바라보며 귀여워하고 있다는 것. 그 장면은 눈앞에 펼쳐지지 않았는데도 너무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 순간, 나는 다시금 느꼈다. 아, 나는 누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아주 단순하고, 부끄러울 정도로 선명하게.

그 감정은 큰 소리를 내지 않지만, 내내 마음에 울린다. 새벽의 조용한 시간, 아무도 듣지 못하게 조용히 말하는 감정. 그런 걸 사랑이라고 부르면, 틀린 말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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