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2025년 5월 9일

by 양동생

어젯밤은 불안으로 꽉 찬 밤이었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전전긍긍하는 건 언제나 그녀와 관련된 일일 때뿐이다. 다행히도 오늘 그녀는 행사 취재가 있다고 했다. 나 역시 그 행사에 업무가 있어 따라갔다. 따로 또 같이, 그런 형태로 하루가 시작됐다.


행사 시작 전, 누나는 전화를 받았다. 어디냐고 물었더니 “카페”라고 짧게 답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찾아갈게.” 그녀는 “찾아봐”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주 무심한 말투였지만, 그 말은 나를 일종의 미션으로 이끌었다. 행사장 바로 옆, 카페 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를 나는 금세 찾아냈고,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딱히 특별한 의미는 없었지만, 나는 그 순간이 좋았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카페로 돌아갔고, 나는 또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옆에 있고 싶어서. 그녀가 일을 마칠 때까지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건 어떤 목적도 없는 기다림이었고, 오히려 그래서 더 순수했던 것 같다.


일이 끝난 뒤 그녀는 말했다. “기다렸으니까 밥 사줄게.” 누나는 닭발이 먹고 싶다고 했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냥 좋았다. 우리는 영통에 있는 닭요리집으로 향했고, 어딘가 매운 냄새와 익숙한 소음 속에서 사람들의 겉과 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남자친구 이야기를 조금 했고, 나는 내 연애사를 조금 꺼냈다. 하지만 대화는 어느새 술기운을 타고 흘러가 버렸다. 그렇게 두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녀는 취했고, 우리는 차에서 또 잠이 들었다.


그녀는 대리기사를 불렀다. 그런데 잘못된 주소였다. 내 집 주차장으로 가버렸다. 거기서도 또 잠들었다. 깨고 나서 그녀에게 숙취해소 젤리를 건넸고, 잠시 내 집에 들렀다. 나는 바지를 갈아입었고, 그녀는 내 침대 위에서 단정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뻤고 묘하게 낯설고 또 익숙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고, 그녀의 동네로 가서 또 잠을 잤다. 차 안은 점점 새벽 공기로 가득 찼고, 어느새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는 깨서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토요일 데이트가 있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돌이켜 보면 별일이 없었다. 밥을 먹고, 술을 조금 마시고, 잠을 자고, 또 잠을 잤다. 하지만 어쩐지 그런 하루가 참 좋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런 하루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그녀와 함께한 시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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