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4일
이번 주말에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누나와 함께 걸었다.
그 길들은 원래도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오가고, 계절은 바뀌고, 거리의 풍경은 변해도 나는 그곳을 알지 못했다. 그 길들을 걷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누나와 함께 걷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란 자신은 있었다.
혼자라면 스쳐 지나갔을 것들이 새롭게 보였고, 별것 아닌 대화가 따뜻한 기억이 될테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보지도 못한 거리를 매일 걸었소, 귀하와 함께."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예쁜 문장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매일 걸었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같은 순간을 기억하는 일을 강하게 염원하고 있다는 고백이라는 것을.
나도 매일 누나와 걷던 길을 떠올렸다.
부끄럽지만 주말이 다가오면 더 그랬다. 아무래도 평일에는 일을 해야 하니 소소한 시간을 보낼 기회가 없으니까. 함께 느긋하게 걸어보고 싶다고. 그 소망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건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매일매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감정이었다.
우리가 함께 걷는다면,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어쩌면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 그건 어떤 기억이 될까. 그 소망은 늘 조용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 걷지 못한 길들 역시 내 안에 머물러 있었다. 걷고 싶은 거리, 함께 보고 싶은 풍경, 같이 가고 싶은 장소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런 순간들을 꿈꾸는 내가 있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이 길들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우리는 언제까지 같은 방향을 보고 걸을 수 있을까. 어떤 길들은 멀어지기도 하고, 어떤 길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멈춰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나는 함께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염원한다.
함께 걷는 시간이 이뤄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