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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스터디 Jul 11. 2022

대치동 생활기 _ 교우관계 1

대치동 전학 첫인상

학기 초 야심 차게 매일의 감상을 적어보겠다 글을 시작했었는데, 곧 1학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학기의 시간 동안, 아이는 학교에 녹아들듯 적응했고, 이 동네 학원 생태계에도 스며들어 갔다.

이제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한 학기를 돌아보며 써보려 한다.


어떤 이야기로 시작할까 하다가 역시 고학년 전학의 가장 고민 중하나인 교우관계부터 얘기를 풀어가야 할 것 같아 이 주제를 골라봤다.





고학년 전학을 준비하면서 걱정되는 큰 축은 학업과 교우관계 일 것이다.

나도 두 가지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외국에서 3년, 한국에서 2년의 학교 경험을 가지고 있는 딸아이라 (그만큼 적응하는데 에너지를 사용했다는 이야기) 또 한 번의 전학에 매우 큰 부담감이 있었고,  아이도 스트레스가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와 달리 고학년으로 갈수록 여자아이들은 무리를 짓기 시작한다. 절친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서로의 행동을 모방하며 특징이 있는 무리를 만들게 된다.  요즘 초등학교 한 반 정원은 25명 남짓. 여자아이는 10명에서 15명 사이가 되는 셈인데, 다섯 명 정도 되는 무리, 셋 정도 모인 무리가 한 둘, 이렇게 하면 여자아이들의 생태계 구축이 완료된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너무 중요한 고학년 여자아이에게 수년간 구축해온 그 무리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은 생각만으로도 공포로 다가올만한 큰 일이다.

​​


6학년 1년을 남기고 굳이 대치동으로 전학을 가야겠냐라는 의견과, 1년이라도 초등 경험을 시키고 중학교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 엄청난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선택한 것은 전학이었다.



전학 신청을 위해 학교로 전화를 했는데, 특정 날짜에 학교에 방문할 것을 안내하신다. 전학생이 많으니 한꺼번에 서류를 받고 처리하시려는 학교의 조치인 듯하다.


한편으로는 전학생이 많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놓였다.



전학 신청 당일, 필요한 서류를 들고 교무실 옆 따로 마련된 전학생 신청 교실에 들어가 앉았다.


테이블마다 서류 작성 및 전학생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담당 선생님께서 작성할 서류를 나누어주셨다. 국가고시 보는 느낌으로 꼼꼼히 아이의 정보를 적고 몇 번 확인하고 선생님께 제출했다. 잠시 후 선생님께서 바로 반을 배정해서 알려주셨다. 중요한 게 반 번호였는데 전학생이 많은 학교답게 반 번호는 개학 바로 직전에 전학생들과 함께 섞어서 번호 배정을 한다 하셨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던 것이 떠오른다. 별별 변수를 다 걱정하고 고민하는 생각 많은 예민한 엄마였다 싶다.




여기 애들은 다 착해


드디어 학기 시작 첫날. 긴장하고 학교를 다녀온 아이의 얼굴이 밝다.


아이의 한 마디 정리가 긴장했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딸의 입으로 전해 들은 아이들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1. 남자아이들이 욕을 하지 않는다.

2. 여자아이들이 무리 짓지 않는다.

3. 쉬는 시간에 떠들지 않는다.

​​


물론 하루만의 첫인상으로 아이가 정리해줬던 이 세 가지는 한 달이 가지 않아 깨지긴 했지만, 내게도 엄청 강렬하게 다가왔던 첫인상이었다.

아이가 묘사해준 학교 교실의 모습은 이렇다. 아이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서로 탐색한다. 남자아이들도 웬일로 얌전하다. 선생님과 앞으로 학교 생활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쉬는 시간에 문제집을 풀어도 되느냐 질문하고, 된다는 말에 환호하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 아이와 함께 전학 온 아이는 4명 정도, 5학년 2학기 말에 전학 온 아이들도 그 정도, 5학년에 전학 온 아이는 좀 더 되고, 저학년부터 쭈욱 이 학교를 다녀온 아이는 다섯 명이 안된다 했다. 해외에서 살다온 친구들도 많다. 서로의 관심사에 적절하게 반응해주고 칭찬해주고 관심을 보여준다. ​


처지가 비슷한 아이들이 모여있는 무리, 좋은 친구가 되고 싶고 좋은 친구를 찾고 싶은 니즈들이 만나 서로가 서로에게 친절했나 보다. 그런 친절한 시작이 오랜 우정과 버금가는 케미를 만들 때도 있음을 우린 다 알고 있다.

이미 대치동에 살고 있던 아이들은 루틴으로 학원 숙제가 습관에 배어있고, 새로 입성한 아이들은 새로운 시작에 긴장으로 자연스레 학습 분위기에 젖어든다.





“엄마 나 작년보다 행복지수가 높아졌어”


몇 주 전 아이가 내게 했던 말에 고맙고 또 안도하게 되었다.

학습의 스트레스가 당연히 있지만, 친구들과의 만족감이 그걸 뛰어넘는가 보다.


모든 아이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에게 대치동은 서로 처지를 이해하고 으쌰 으쌰 힘줄 수 있는 친구가 있어 행복한 동네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량도 적다 느끼고 학원도 적게 다니니 상대적인 행복감도 있는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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