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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ix Aug 15. 2023

Mare e Uomo Cinque Terre

2023 이탈리아 여행기 10 - 03272023 

바다와 인간의 조화, 다섯 개의 어촌마을 친퀘테레

# 오래된 유물, 유적만 있는 나라가 이탈리아 아닌가? 

26일 붉은 도시 볼로냐를 떠나 저녁 즈음 피렌체에 도착했다. 길지 않은 이동이었지만 피로감이 몰려왔고, 저녁 식사를 대충 해치운 다음 하루를 마감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아름다운 해변 마을 친퀘 테레를 방문하기로 했기에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다. 

친퀘 테레(Cinque Terre)는 다섯 개의 땅, 혹은 다섯 개의 마을로 해석된다. 이탈리아 북서부 해안가에 형성된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들로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이탈리아를 찾는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보통은 밀라노나 피사에서 찾아가는데 우리는 피렌체에서 위로 올라가는 경로로 찾아가게 되었다.  

이미 꼬모 호수를 찾아갔을 때부터 이탈리아에 유명한 건 오래된 유물과 유적뿐일 거라는 편견이 깨지긴 했지만 친퀘테레를 만나고 나서는 왜 서양인들이 이탈리아를 그토록 칭송하는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 라 스페치아에서 패스를 사고 친퀘테레로 

피렌체에서 기차로 두 시간 반 정도를 달려 라 스페치아(La Spezia)에 도착했다. 친퀘테레로 가기 위해서는 라 스페치아에서 친퀘테레 패스를 구매해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패스 티켓을 파는 사무실에 들어가면 친퀘테레의 역사와 명소, 지역 특산물 등을 소개해놓은 홍보물들을 볼 수 있다. 우리처럼 많은 이들이 다섯 개의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러 들어왔고, 한국인들도 꽤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표를 구입한 후 우린 숙소를 예약해 둔 마나롤라(Manarola)로 향했다. 

친퀘테레를 오가는 기차를 탑승할 수 있는 패스 티켓. 와이파이 비번도 있다. 오른쪽은 라 스페치아역에 걸려 있던 친퀘테레에 대한 소개.

# 시작부터 시선 강탈 

숙소에 체크인하고 짐을 풀어놓은 후, 근처 레스토랑에서 파스타와 샐러드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마나롤라역으로 향했다. 친퀘테레가 유명한 건 마을의 풍경도 있지만 마을들을 연결하는 길과 그 길에 펼쳐진 풍경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길들이 대부분 우리의 제주 올래 혹은 지리산 둘레길 같은 트래킹 코스로 소개되어 있다. 우리도 여러 코스들 중 한 코스를 걸어보기로 했다.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코르닐리아(Corniglia)에서 베르나차(Vernazza)까지 3.5km 거리의 코스였기에 마나롤라에서 코르닐리아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사실, 라 스페치아에서 마나롤라로 이동하는 기차 속에서 이미 기가 막힌 바다 풍경에 감탄한 바 있었는데, 바다옆에 바로 붙어 있는 마나롤라역의 풍경은 환상적이라는 표현도 모자란 정도란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웠다. 작은 시골 기차역이지만 철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바다와 맞붙어 있는 절벽이기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푸른 바다와 하늘이 함께 만들어내는 장관을 어디서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던 와중에 절벽에 매달려 있듯이 지어져 있는 건물들에게도 시선을 빼앗겨 버렸던,,, 한 마디로 시선 강탈의 연속이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마나롤라역에서 바라본 수평선. 마침 날씨가 너무 맑았었기에 찬란한 햇살로 빛나는 수면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나의 시선을 빼앗았던 해안가 절벽 위에 매달려 있다시피 한 건물들. 거의 대부분 주택이라고 한다. 

# 코르닐리아에서 베르나차로(구글맵에는 Sentiero Azzuro로 소개되어 있다. https://goo.gl/maps/DPohJVRKdxoYxetbA

친퀘테레는 리오마지오레(Riomaggiore), 마나롤라(Manarola), 코르닐리아(Corniglia), 베르나차(Vernazza), 몬테로소 알마레(Monteross al Mare)의 다섯 개의 마을을 통틀어서 일컫는 명칭이다. 보통 많은 이들이 친퀘테레 패스를 구매하여 기차를 타고 가다 각 마을에 내려 둘러보는 방식으로 친퀘테레를 여행한다고 한다. 혹은 이젠 트래킹 코스가 되어 있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옛 길을 걸어가는 트래킹 여행을 즐기기도 하는데 우린 트래킹도 함께 즐겨보기로 하고 코르닐리아역으로 향했다. 

코르닐리아역에서 트래킹 코스의 출발점까지는 꽤 가파른 언덕과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기차역에서 출발점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오르기도 하는데 우린, 그냥 걸었다. ㅎㅎㅎ 좀 힘들긴 했지만 그렇게 많이 어렵지는 않았고, 초반의 이 오르막이 전체 코스 중 가장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던 것 같다. 코스의 난도가 높지는 않았고 거리도 그렇게 많이 길지는 않았다. 다만, 쨍하게 비치는 오후의 햇살과 그로 인해 올라간 기온이 때 이른 더위를 가져다준 것이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라 할 수 있었다. 어쨌든, 걸어가는 내내 만나게 되는 기가 막힌 풍경들과 이 코스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며 행복한 트래킹을 즐길 수 있었다.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코르닐리아역. 
코르닐리아 마을의 모습. 그리고, 바다와 절벽.

# 아름다운 베르나차에서 젤라토를 

코르닐리아에서 출발한 지 1시간 반 정도 지났을 때 베르나차 마을의 아름다운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트래킹이 너무 즐거워서 당초 계획한 베르나차까지의 트래킹 코스가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서기 1,000년 경부터 역사가 시작된 마을인 베르나차는 작은 항구와 항구를 둘러싼 알록달록한 건물들, 그리고 그 건물들 사이 경사진 골목길 등으로 유명한 친퀘테레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마을로 손꼽힌다고 한다. 산등성이 위 산길에서 내려다본 베르나차 마을은 푸른 바다와 그 바다를 끌어안고 있는 듯한 작은 만(灣)과 그 만을 따라 만들어진 항구, 그리고 항구 주변의 작고 예쁜 건물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별로 크지 않은 마을의 면적, 크기가 오히려 이 마을의 매력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마을로 이어진 산길을 내려와 마을을 구경한 후 이곳의 가게에서 사 먹은 젤라토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산등성이 위에서 내려다본 베르나차 마을의 모습. 
베르나차의 젤라또와 베르나차 거리의 모습. 
베르나차의 예쁜 골목길. 

# 친퀘테레의 마지막 마을 몬테로소

작지만 예쁜 마을 베르나차를 뒤로 하고 친퀘테레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몬테로소로 향했다. 몬테로소는 특히 넓고 긴 해변으로 유명한데 아직은 쌀쌀한 3월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방문했던 날의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많은 이들이(특히, 아이들이)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저녁 장사를 준비하던 레스토랑들, 천천히 바닷가를 거닐며 파도소리와 수평선을 즐기던 사람들, 바닷가 모래사장에 편히 앉아 늦은 오후의 여유를 즐기던 사람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바닷가로 뛰어들던 아이들,, 몬테로소의 해변을 거닐며 만난 모든 풍경과 모습들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마치 평화로운 꿈을 꾸었던 것 같은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다섯 마을 친퀘테레를 돌아본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탁 트인 몬테로소의 바닷가. 
몬테로소의 명소, 거인상. Il Giante. 바다의 신인 넵튠을 형상화한 바위 조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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