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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원 Feb 01. 2024

나에게 소중한 것은
내가 소망하는 것.

1.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으며 아이는 두 달 전 헤어진 남자친구에 대해 말했다. 나는 아직 마음이 많이 아픈가 보구나 하고 말했다. 아이는 울음을 삼켰지만 동그란 눈물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오랫동안 우리는 아이가 사랑했던 시간과 이별 후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끔 아이는 눈동자가 빨개지고는 했다. 그는 아이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다.  


2.

  이른 아침부터 학교 정문 앞 소나무 전지 작업이 있었다. 조경사는 날이 풀려서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아침, 겨울 안개가 학교 운동장에 내려앉았고 이윽고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날은 새들이 평소보다 더 낮게 비행했다. 다섯 마리였다. 한 마리는 어디 간 것일까? 그 새의 이름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을 언제나 깜박한다. 


3. 

  오래전 시창작 시간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울기 시작했던 아이가 있었다. 그날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마침 아이가 글을 읽어야 할 차례였다. 아이는 첫 문장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울기 시작했다. 하굣길에 고통스러워하는 청설모를 보았고 살려보려고 애를 썼으나 자기 손에서 마지막 숨을 내뱉고서는 결국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고작 청설모가 죽었다고 저렇게 비통하게 울 수 있을까' 아이의 글을 듣던 우리 중에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같이 울었기 때문이다. 


4.      

  만남과 이별, 사랑과 상실, 아름다움과 죽음은 언제나 같은 길 위에 있다. 그럼에도 소중한 것을 잃은 상실감은 우리를 깊은 고통과 슬픔으로 이끈다. 남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한 후에도 딸아이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했으나 실은 매일매일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상실감은 조금씩 옅어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아이를 눈물짓게 한다. 


  나에게서 무엇이 사라진 것일까?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지금 아프다면, 지금 슬프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봐야 한다. 나에게 소중한 것의 다른 이름은 내가 소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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